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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나, 고통을 즐기는 여배우…강한, 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그 고통스러운 작업이 전 재미있습니다. 제 전부인 캐릭터니까요.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분량이 많든 적든, 저에게는 주인공이에요."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마무리한 배우 강한나와 만났다. "마지막회는 신이 거의 없어서 아쉬웠다"며 웃는데, 조그마한 보조개가 양 볼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순수의 미소'다.
황보연화(강한나)는 황후가 된 후 오라버니 왕욱(강하늘)을 구해달라는 어머니의 간청을 차가운 말투로 냉정히 외면했다. "거절합니다. 고작 친오라비의 죄를 덮자고 정무에 상관할 순 없습니다."
황보연화의 이야기가 세세하게 그려지진 못했으나, 가문의 성공을 위시하던 그녀가 어느 순간 욕망에 지배당했음이 눈빛에서 느껴진 순간이다.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강한나는 얼굴을 붉힌다. "아니에요. 제 눈에는 부족한 것만 보이는데요."
못난 부분만 보였다는 눈동자는 달처럼 동그랬다. 혹 시청자들이 순하게 볼까 봐, 더 독하게 보이기 위해 '삼백안'처럼 아래 흰자위를 살며시 드러내려고 유난히 신경 썼다고 한다. 참 열심히 고민하는 성실한 여배우다. 매 작품마다 '제작 노트'란 걸 따로 만들고, 캐릭터 분석과 감독의 지시 사항을 꼼꼼히 한 권 가득히 채우는 게 강한나에게는 일상이다.
"연화의 서사가 나오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대사 한 줄이라도 소중했어요. 표현을 잘해내야만 시청자 분들께서 '아, 연화가 이유 없이 악행만 저지르는 애가 아니구나' 납득하실 것 같았거든요."
몹시 힘든 작업일 게 분명하다. 대본에 몇 줄 없는 대사만 보고 미처 적혀 있지도 않은 연화의 인생과 삶의 목적, 행동의 타당성, 가치관의 변화 따위의 것들을 상상해서 직접 맥락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고통도 크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연기는 '시청자들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나의 고집 때문이다.
"'됐어, 그 정도 했으면 됐어'라고도 하지만, 저 스스로 연기하기 전까지 계속 석연치 않고 의심이 들거든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정말 맞을까' 싶은 생각에 빠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캐릭터 하나를 맡으면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지고요. 그래도 그 고통스러운 작업이 전 재미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연화를 마냥 미워하지 않았던 건 다 이 덕분이다. 연화를 두고 '얄밉다'는 댓글이 쏟아졌지만 강한나가 "전 좋더라고요" 웃는 것도 다 이 까닭이다.
2년 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강한나는 미혼모인 사실을 숨기고 대회에 출전한 소위 '엿기름물녀' 임선주 역이었다. 자그마한 분량이었으나 그때도 강한나는 애착을 갖고 대본에 적혀 있지 않은 임선주의 삶을 들뜬 얼굴로 이야기했었다.
"요즘에 본 영화요? '달의 연인' 촬영 끝나고 7월에 중국으로 드라마 촬영을 갔다가 10월에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많이 보진 못했어요. 얼마 전에 (이)지은 씨랑 같이 밥 먹고 '마음 편히 웃고 싶어' 하다가 함께 '럭키'를 봤어요. 책은…, 음, 최근에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기 시작했어요."
소소한 일상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달처럼 동그란 눈은 여전히 새로운 연기를 꿈꾸며 아직 도달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호기심으로 탐닉하고 있었다.
"괴로워서 즐거워요. 캐릭터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알아냈을 때, 그 쾌감이 너무 커요. 즐겁고 행복하고요.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꼭 해보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네요. 제 첫인상이 강해 보여서 그런가 봐요. 헤헤."
또 조그마한 보조개가 양 볼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판타지오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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