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NC의 승부조작 은폐는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수사과(총경 박승환)는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청 1층 대강당에서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유창식, 이성민, 이재학을 포함해 승부조작 및 불법 도박 베팅, 은폐 혐의로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 브로커 2명, 구단 관계자 2명 등 총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이성민이 2014년 당시 소속팀 NC에 승부조작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해 10억원을 편취한 구단 관계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검거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베팅은 어느 정도 보도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으나 구단의 은폐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 이성민 승부조작 인지하고도 kt에 넘긴 NC
사건은 지난 2014년 7월 4일 NC와 LG의 마산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NC 소속 우완투수 이성민(現 롯데)은 1회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일반인 브로커 김모(31)씨로부터 현금 300만원 및 1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 이성민은 그 해 NC 구단에 승부조작 한 사실을 시인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경찰은 “NC가 이성민이 시인하자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 KBO 보고 없이 내부회의를 통해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NC는 ‘이성민이 자질은 우수하나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없고 코치진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짓 사유를 보호선수 제외 이유로 들었다. 결국 kt는 이성민을 지명했고, NC는 그 대가로 10억원을 편취했다. 명백한 사기 행위였다.
▲ 고위관계자 주도 하에 이뤄진 치밀한 은폐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내부회의’에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7일 NC 구단 압수수색을 통해 구단 내부회의 기록을 입수했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사이버팀장 박민순 경감은 “구단 회의 기록 종합 결과, (승부조작 시인 후) 이성민의 방출 및 군입대, 트레이드 문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도 구단 내부에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이야기다.
경찰에 따르면 이러한 내부회의를 주도한 건 구단 고위 지도부였다. 박 경감은 검거한 구단 관계자 2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직책을 말씀드릴 순 없다. 그러나 2명 모두 팀장급 이상의 고위 관계자다. 가장 주도적으로 이 일에 나섰다. (이들은) 압수수색 후 2차례 경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은 바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증거로 두 관계자의 대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추가 제시했다.
▲ 뒤늦은 NC의 해명…이미 증거 확보한 경찰
NC는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부랴부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른 어떤 것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클린 베이스볼’이라는 원칙이 훼손된 점에 대해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구단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적절한 방법을 통해 소명하고 그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고 뒤늦은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난 상태다. 경찰은 이미 증거를 확보해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고, 8일 해당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해당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NC지만 사과 및 공개의 시기는 이미 많이 지난 듯하다.
[창원 마산구장(첫 번째), NC 시절 이성민(두 번째), 경찰이 제시한 NC 고위 관계자의 대화 내용(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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