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엄태화 감독과 엄태구는 류승완-류승범에 이어 충무로의 대표적인 ‘영화 형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단편 ‘숲’, 독립영화 ‘잉투기’에서 엄태화 감독은 독창적인 연출력을, 엄태구는 강렬한 연기를 뽐냈다.
“류승완 감독님이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우리를 보면 옛날 생각이 나신다고 하세요(웃음). 저희에겐 큰 영광이죠.”
엄태구는 ‘가려진 시간’에서 극중 성민(강동원)과 함께 시간에 갇히는 친구 역을 맡았다. 짧은 분량이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숲’ ‘잉투기’에 이어 이번에도 센 역할이라는 점이다. 왜 동생에게 센 캐릭터만 맡기냐고 물었다.
“친한 친구인 조용익 감독이 단편 ‘시시콜콜한 이야기’(가제)를 찍었는데, 동생이 거기에 출연했어요. 내년에 선을 보이는 말랑말랑한 멜로 영화인데, 찌질한 멜로 연기를 제법 잘 하더라고요(웃음). 나중에 저런 연기를 시켜볼까 생각 중이예요.”
엄태화 감독은 최근 박찬욱 감독과 GV행사에 참여했다. 2002년 ‘몽정기’ 미술팀 아르바이트를 거쳐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 ‘친절한 금자씨’의 연출부를 거쳐 ‘파란만장’의 조연출로 일했다. 박찬욱 감독은 “아역부터 성인까지 배우들이 모두 훌륭했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도 실력 없는 감독을 만나면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데, ‘가려진 시간’의 경우 많은 노력과 감독의 실력이 뒷받침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호평했다.
“과분한 칭찬이시죠. 박찬욱 감독님의 현장은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착착 돌아가요.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어요. 모든 일이 잘 풀리니까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스태프를 완전히 믿고 맡겨야 가능한 일인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저도 박찬욱 감독님처럼 현장을 지휘하고 싶어요.”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처럼 ‘영화광’ 출신이 아니다. 충무로에 뛰어든 이후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일부러 고전영화를 찾아 봤다. 아트 시네마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재미없는 영화도 작품성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챙겨봤다. 그러나 결국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렸을 때 봤던 영화였다.
그는 ‘터미네이터’와 ‘백투더퓨처’의 광팬이다. AFKN에서 ‘터미네이터’가 방영됐을 때, 비디오에 녹화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봤다.
전자가 미래에서 현재로, 후자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라면, ‘가려진 시간’은 시간을 멈추게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강렬한 영화체험이 ‘가려진 시간’에 녹아 있을 것이다.
유년의 추억은 힘이 세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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