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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준용이 나아갈 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SK 신인 최준용은 KBL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SK가 치른 1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경기당 평균 7.9점, 9.0리바운드, 2.1어시스트. 1.5블록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리바운드다. 경기당 10개를 웃돌다가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래도 국내선수 1위다.
문경은 감독은 아직 최준용에게 중요한 롤을 부여하지 않는다. 최준용은 시즌 직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했다. 그러나 SK는 지난 여름부터 올 시즌 플랜을 짜놓았다. 신인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시즌 직전에 입단해서 곧바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건 무리다.
최준용은 특급신인이다. 장신에 빠른 트랜지션과 정교한 볼 핸들링, 날카로운 패스센스를 갖췄다. 내, 외곽 공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2~4번을 고루 소화할 수 있다. 올해 많이 보완했지만, 4번으로 뛰기에는 파워가 여전히 부족하다. 2~3번으로 뛰기에는 슈팅테크닉이 완전하지 않은 약점도 있다. 하루아침에 보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때문에 당장 최준용이 테리코 화이트처럼 승부처서 에이스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건 위험부담이 있다.
이런 상황서 최준용이 당장 SK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역할부터 충실히 수행하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높일 수 있게 한 문경은 감독의 지도방향은 바람직하다. KBL과 팀에 적응해야 하는 최준용 입장에서도 그게 편하다.
마침 SK는 공격 성향의 선수가 즐비하다. 궂은 일에 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서 최준용은 리바운드와 스크린, 블록, 속공 트레일러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눈에 띄지 않지만, 이 역시 기본적인 재능과 역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내선수 리바운드 1위는 최준용의 능력을 온전히 증명하는 지표다.
그렇게 최준용은 짧은 기간에 SK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문 감독도 높게 평가하는 대목. 상대적으로 잠잠한 강상재(전자랜드),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이종현(모비스)을 제치고 신인왕 레이스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준용이 여기서 만족한다면, 타고난 재능이 너무 아깝다. 언젠가는 공격재능을 살려야 할 시기가 온다. 그런 점에서 최준용이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는 선수가 이승현(오리온)이다. 두 사람은 분명 스타일이 다른 포워드다.
이승현은 프로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KBL 적응과정만 놓고 보면 흡사한 부분이 있다. 이승현은 프로 첫 시즌부터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장신 외국선수 수비와 리바운드에 치중하면서 오리온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이승현에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승현은 데뷔 시즌부터 진화한 부분을 보여줬다. 3점슛이다. 고려대 시절 이승현의 외곽슛은 그렇게 좋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학 3~4학년 시절부터, 당시 성인대표팀에서 두 차례 낙마하면서 피나는 노력 끝에 정교한 외곽포를 보유했다.
이승현은 19일 SK전서도 코트니 심스 수비에 치중하다 4쿼터에 12점을 올렸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3점슛 딱 한 방, 속공 피니셔와 공격리바운드 이후 골밑슛 등을 선보였다. 아주 많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이었다. 이승현에게 수비와 리바운드는 주특기다. 그러나 수비수 입장에선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될 공격수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승현은 꾸준히 이 정도로 오리온 공격에 공헌한다.
아직 최준용이 공격에서 이승현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문 감독은 "변기훈, 김민수, 최준용 모두 마찬가지다. 3점슛으로만 20점을 넣을 수 없다. 속공 때 잘 달려서 레이업으로 마무리하고, 팀 파울 때 파울을 얻어 자유투를 던지고, 공격리바운드를 잡아서 골밑 슛을 넣어야 한다"라고 했다.
외곽슛에 의존하려고 하는 변기훈과 김민수에 대한 조언이었다. 어차피 경기 중 세트오펜스서 오픈 찬스를 잡는 게 몇 차례 되지 않는다는 설명. 최준용에게도 해당된다. 굳이 자신을 위한 공격옵션을 갖지 않고도 속공과 자유투, 공격리바운드 이후 골밑득점에 좀 더 적극성을 지니면 자연스럽게 개인득점도 쌓고, 팀 공격 공헌도도 높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문 감독이 거론한 부분은 이승현의 숨은 장점이다. 이승현은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즐비한 오리온에서 1~2번 공격옵션이 아니다. 최준용과 비슷한 조건. 지금 잘하고 있는 최준용도 이승현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 더 좋은 선수로 진화할 수 있다. 이승현 역시 최준용처럼 공격 기술 향상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리고 매 시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그는 "준용이는 본인이 공격에 욕심을 내면 팀워크를 깨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덕담했다.
최준용과 이승현은 스타일이 좀 다르다. 최준용이 무조건 이승현의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최준용이 나아갈 길에 대한 힌트 중 일부분은 이승현에게 있다.
한편, 최준용은 오리온전 막판 공을 잡다 착지 과정에서 이승현의 발을 밟고 왼쪽 발목에 부상했다. 23일 삼성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준용(위), 이승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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