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가장 쓸데없는 게 김태균 걱정’이란 말이 있다. 2016시즌만큼은 빗나가는 게 아닌지 우려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기우에 불과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은 2016시즌 역시 팀의 간판타자다운 활약상을 펼쳤다. 5월 중순 타율이 .268까지 떨어졌던 것도 잠시, 금세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 시즌 최종기록은 전 경기 출장 타율 .365(2위) 23홈런(15위) 193안타(2위) 136타점(2위) 출루율 .475(1위)였다. 멀티히트도 서건창(넥센, 61경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60경기에서 기록했다.
더불어 김태균은 KBO리그 역대 10호이자 최연소(34세 4개월 6일) 통산 3,000루타, 역대 최초 한 시즌 300출루, 우타자 최초 12년 연속 100안타 돌파 등 다양한 기록도 세웠다. 장효조(.427)를 제치고 2,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통산 출루율 1위(.431)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균이 변함없는 존재감을 뽐냈지만, 한화는 이번에도 익숙한 위치에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중위권 도약을 노렸던 것도 잠시, 7위(66승 75패 3무)로 시즌을 마쳤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번번이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한화 선수단 역시 어느 팀 못지않게 포스트시즌을 위해 이 악물고 시즌을 치렀다. 팀의 명예를 위해, 누구보다 ‘가을야구’를 염원하고 있는 한화 팬들을 위해서 말이다.
계속해서 목표가 좌절됐기 때문일까. 김태균은 차기 시즌 포부를 말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번번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란다.
김태균은 비록 목표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았지만, 새해 소망에 대해선 굵고 짧게 답변을 전했다. “모든 선수들과 시즌을 시작하고, 다 같이 웃으면서 마무리까지 하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 김태균의 말이었다.
-시즌이 끝난 후 어떻게 지냈나?
“일단 쉬었다. 시즌 때 안 좋았던 부분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는 간단한 개인운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올 시즌을 돌아본다면?
“또 팀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와서 아쉽다. 팀의 고참이자 4번타자인데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고, 팀도 그 기간에 많이 졌다. 내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든다. ‘내가 잘했으면 팀이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5월 중순까지는 팀 성적이 안 좋은 데다 타격감도 굉장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 시기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마음고생이라기 보단, 야구라는 게 계속 잘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안 좋은 시기가 있으면, 좋은 시기도 있다. 그때는 바닥까지 찍었던 터라 ‘올라갈 일만 남았다’라며 편하게 생각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팀이 계속 지다 보니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쇼다 타격코치님, 김재현 타격코치님이 비디오분석을 많이 해주셨다. 타격감이 좋아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신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기술, 좋았을 때의 감을 생각하며 고치기 위한 방향을 잡아간다. 일단 안 좋을 땐 너무 많은 연습을 하는 것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안 좋은 폼 때문에 슬럼프를 겪는 것인데, 너무 연습만 하면 그 상태가 계속 몸에 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습을 안 할 순 없겠지만, 생각을 더 많이 하려 한다. 무너졌을 때는 한 번에 좋아지는 게 힘든 만큼, 여유를 갖고 천천히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출루와 관련해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출루를 위해선 선구안, 타격감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할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특별한 무언가’라는 건 없다. 타자는 투수를 이기기 위해 타석에 서는 것이다. 투수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일단 이기려면 나쁜 볼을 치면 안 되지 않겠나. 나쁜 볼 손 대면 아무래도 범타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출루를 하려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투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 집중한다. 나쁜 볼에 손 안 대고, 좋은 코스만 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볼넷도 나오는 것 같다.”
-초구는 거의 치지 않는 편인데, 투수의 볼을 많이 골라낸 후 타격을 하기 위해서인가?
“그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초구를 쳐서 아웃됐을 때의 기분이 제일 싫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대부분 준비를 마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서 타석에 들어설 때도 있다. 그럴 때 초구를 휘두르는 것은 무모한 승부라고 본다. 투수가 어떤 폼인지, 어떤 타이밍에 승부를 거는지 파악하려 한다. 같은 투수라도 이닝마다 구속, 변화구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10개의 공을 던지면 그게 다 같을 수도 없는 것이다. 내 몸 밸런스에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시즌 중반에는 초구를 공략해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경우는 타격에 자신감이 붙어서였다고 할 수 있을까?
“신중하게 승부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초구를 아예 치지 않는 건 아니다.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초구를 치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준비가 안 되면 치지 않는 것이다.”
-여름부터 지명타자로 나섰는데, 체력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나?
“야구는 ‘멘탈싸움’이다. 시즌 초반 안 좋았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머리가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많은 방법을 써 봐도 안 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무래도 지명타자는 타격만 하니까 복잡했던 머리가 편안해지고 정리도 됐다.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당연히 체력적인 부분도 좋아졌다.”
-2008시즌 이후 8년만의 골든글러브도 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상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다. 받을만한 성적에 기회가 와서 받는다면, 당연히 기분은 좋을 것 같다. 다만, 앞서 말했듯 상에 대해서는 큰 욕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돼 어느 때보다 분주한 비시즌을 보내게 될 것 같다.
“WBC가 아니어도 비시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 운동량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아무래도 그동안 4월에 맞춰서 집중력을 갖고 몸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한 달 정도 빨리 100%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긴장감은 예년에 비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차기 시즌에 대비해서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올 시즌을 치르며 안 좋았던 부분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게 먼저인 것 같다. 현재는 기술적인 부분보단 안 좋았던 부분을 보강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이 안 되고, 부상까지 당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다음 시즌 목표는 당연히 포스트시즌이 될 것 같다.
“사실 매년 이 얘기를 해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 민망하고,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말로 남기는 것보단 진짜 그 결과가 나왔을 때 팬들과 기뻐하고 싶다. 그 기쁨을 느껴봤으면 한다.”
-김태균에게 한화 이글스란?
“단순한 팀이 아닌 내 삶의 일부다. 계속 한 팀에 있었으니…. 가족, 뭐 이런 걸 초월했다고 해야 할까.”
-아직 새해가 되려면 한 달도 더 남았지만, 조금 이른 시기에 묻겠다. 김태균의 새해 소망은?
“모든 선수들과 시즌을 시작하고, 다 같이 웃으면서 마무리까지 하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 초반부터 선수들이 이탈하고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 한 시즌을 치렀는데, 다음 시즌은 다들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물론 시즌이 끝난 후 웃기 위해선 성적도 어느 정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 팀은 선수들 모두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른다면, 전력상 포스트시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건강하게, 웃으면서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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