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남성들이 장악한 극장가에 오랜만에 여풍(女風)이 분다. 충무로 대표 여배우 엄지원, 공효진과 이언희 여감독이 오는 30일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를 선보인다.
세 여자가 의기투합한 '미씽'은 감성 미스터리물이다.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어느 날 자신이 돌보고있는 워킹맘 지선(엄지원) 딸 다은을 데리고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선은 딸을 찾기 위해 나서고, 이 과정에서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한매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5일간의 추적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현실을 스크린에 옮겨냈다.
"여자 영화는 안 될 거야"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뒤로하고 이들이 뭉친 건 '미씽'이 한국형 스릴러로서 손색없는 작품이라는 자신 덕분이었다. 단순 유괴 사건, 범인 찾기 그 이상의 스토리로 반전에 반전을 기대해도 좋다.
무엇보다 영화 속 지선과 한매에게 일어난 끔찍한 사연이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포감을 더한다. 이혼 후 홀로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지선, 딸이 사라진 놀란 가슴을 채 쓸어내리기 전에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양육권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계산기를 굴려야만 한다. 밤낮없이 일하며 딸을 키우고 있음에도 애를 보모에게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뒤늦게 경찰에 신고,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양육권 소송 중 일으킨 자작극으로 오히려 의심받는다. 결국 홀로 한매 추적에 나선 지선이다.
지선에겐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면서도 남편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의사인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딸을 돌본 적이 없었지만 경찰들은 지선이 아닌 남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매의 충격 과거도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댈 곳 없이 외로운 삶이란 것을 보여준다. 순박했던 한매를 괴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이 사회였다. 지선이 5일 동안 추적 끝에 알게 된 한매의 실체는 국적도 환경도 다르지만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
'미씽'은 이들에게 불현듯 닥친 비극이 결코 지선과 한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지나쳤던 삶을 비춘다. 현재 여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혹은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단면을 꼬집었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시선, 일상에 파고 들어가 있는 편견, 이것들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엄지원과 공효진의 처절해 보일 정도로 혼신을 다한 열연, 'ing' '어깨너머의 연인' 이언희 감독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이 웰메이드 영화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김희원이 박 형사 역을, 조달환이 민 변호사, '미생' 박해준이 의문의 남자 현익 캐릭터로 출연해 짧은 분량임에도 압도적 연기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의 김선영이 성매매 업소 사장으로 등장,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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