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알고 보면 두산은 이흥련이 꼭 필요하다.
두산은 삼성의 허를 찔렀다. FA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택했다. 두산이 원한 건 불펜 투수였다. 정재훈과 이용찬의 수술, 여전히 계약협상 중인 FA 이현승. 불펜의 불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이 두산의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삼성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유망주 투수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보호선수 명단을 짤 때 FA 원 소속구단이 데려갈만한 선수를 최대한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 괜히 상대 팀의 전력을 높여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삼성은 이흥련을 보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산은 이미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타격이 좋고 1루와 외야를 볼 수 있는 박세혁, 수비형 포수 최재훈을 보유했다. 그 누구도 두산이 이원석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택할 줄 몰랐다.
그런데 알고 보면 두산도 이흥련이 필요하다. 두산 포수진의 현주소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양의지는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는 주전포수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2018시즌을 끝으로 FA다. 두산으로선 양의지를 놓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양의지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타 구단들이 눈독을 들일 수 있는 건 변수다.
두산이 양의지와 오랫동안 함께 한다고 해도 변수는 남아있다. 몸 상태다. 김태형 감독도 양의지 본인도 시즌 중 몇 차례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2015년 NC와의 플레이오프서는 상대 타자 파울 타구에 발가락을 다쳤다. 올 시즌에도 크고 작은 잔부상이 있었다. 2010년부터 7년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국가대표 포수로서 국제대회도 출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양의지의 확실한 백업이 필요하다. 박세혁은 상대적으로 공격에서의 장점이 크다. 컨택트 능력이 있다. 수비력도 많이 향상됐지만, 전문 수비형 포수만큼은 아니다. 그렇다면 군 복무를 마친 최재훈이란 젊은 포수를 제외하면 1군에서 활용할 포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올 시즌 포수들의 줄부상 때 긴급하게 1군에 올라온 최용제도 기량이 괜찮았지만, 미래가 확실한 건 아니다.
이흥련은 이미 삼성에서 이지영의 백업으로 3년간 244경기를 뛰었다. 현재 두산 백업포수들 중 최재훈(271경기)과 함께 1군 경험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더구나 이흥련은 올 시즌 타율 0.260으로 방망이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향후 2년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한다.
2년 후 최재훈과 이흥련이 좀 더 경쟁해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 타격에 장점이 있는 박세혁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포수와 야수 운용의 다양성이 배가된다. 혹시 만약을 대비, 백업 포수들 중 한 명을 트레이드 카드로도 활용 가능하다.
두산이 이흥련을 선택한 건 현명했다. 투수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서 꽉 들어찬 내, 외야수를 선택하는 것보다 포수를 택한 게 좋았다. 더구나 두산은 포수왕국으로서 좋은 포수를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 이흥련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이흥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