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선수들을 너무 잘 뽑았다."
초상승세를 타는 KEB하나은행. 이젠 공수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잡힌 느낌이다. 전원이 무빙오펜스에 가담하면서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확률 높은 슛을 던진다. 수비에선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와 맨투맨 프레스, 레귤러한 지역방어 등을 효과적으로 섞는다. 수비 성공 이후 효율적으로 전개하는 얼리오펜스도 인상적이다. 결국 11일 삼성생명전 승리로 6승7패, 삼성생명과 공동 2위다.
지금 하나은행에서 짚어봐야 할 선수는 두 명이다. 실질적인 에이스 카일라 쏜튼과 돌아온 에이스 김정은이다. 팀 공수시스템, 장기적 측면을 감안하면 에이스는 강이슬이다. 그러나 경기를 자세히 보면 진정한 에이스는 쏜튼이다.
쏜튼의 하드웨어는 평범하다. 185cm에 85kg다. 내, 외곽을 오가는 전형적인 포워드. 그러나 운동능력이 빼어나다. 그리고 다재다능하다. 슈팅기술이 아주 돋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트슛이 꽤 정확하다. 페넌트레이션에 의한 골밑돌파도 위협적이다. 엇박자 스텝이 가능하다. 발 놀림 자체가 빠르다.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얼리오펜스와 속공 참여도도 매우 높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고 국내선수들을 잘 활용한다. 어시스트에도 일가견이 있다.
최근 WKBL 수비 트렌드 중 하나는 가드진의 강력한 압박이다. 하나은행 가드들도 경험이 부족하다. 프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특유의 정밀한 공격전개가 흐트러질 때가 있다. 이때 쏜튼이 안정적으로 2점을 만들어내면서 경기흐름을 넘겨주지 않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2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비력도 괜찮다. 상대 외국빅맨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쏜튼도 "상대 빅맨의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공격 테크닉이 투박한 나탈리 어천와는 승부처에 기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쏜튼이 공격에서 에이스 노릇을 해내면서 수비까지 커버한다. 리바운드와 볼 배급까지 도맡는다. 에이스이자 살림꾼이다.
쏜튼이 에어리얼 파워스의 시즌대체로 WKBL에 입성한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6개 구단은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그의 잠재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쏜튼은 "WKBL은 달리는 플레이가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 어려움이 없다. 공수 패턴이 많긴 하다. 그래도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과 유대감이 쌓이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최대 장점은 유대감"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나은행 경기를 보면 풀리지 않을 때 쏜튼에게 의지하는 경향도 보인다. 효율적인 패스게임과 배치되는 부분이지만, 좋은 성적을 위해 강인한 에이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김정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시 "쏜튼도 시즌 막판에는 다른 팀에 읽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이 시즌 막판 지금의 쏜튼과 비슷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은행 경기력에 좀 더 안정감이 생긴다.
지난 4월 무릎 수술을 받았다. 8개월간 재활에만 매진했다. 8일 우리은행전, 11일 삼성생명전서 복귀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아직 10~15분 정도만 뛰게 하려고 한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정은도 "8개월간 농구를 하지 못하면서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팀 공수 시스템이 자리잡힌 상황서 김정은이 굳이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공격 욕심을 최대한 자제, 패스와 리바운드, 수비에 주력한다. 스스로도 "의식적으로 공격을 자제한다. 동생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환우 감독대행도 "정은이가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력이 좋다. 수비 센스가 있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팀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은은 "몸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공격은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 외국선수들을 잘 뽑아서 걱정할 게 없다"라고 했다. 김정은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공격에 본격 가세, 쏜튼과 에이스 역할을 분담하면 팀 전체적인 밸런스와 파괴력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아직은 3라운드 중반. 본격적인 순위다툼이 5~6라운드부터라는 걸 감안할 때 하나은행은 김정은이란 예비 옵션을 보유한 셈이다.
[쏜튼(위), 김정은(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