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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진짜 위기를 맞았다.
애런 헤인즈는 지난해 12월 7일 KGC전서 왼 발목에 부상했다. 오리온은 헤인즈 없이 7승5패로 선전했다. 헤인즈 공백의 실체는 승부처서 공격 무게감이었다. 컨디션이 완벽한 헤인즈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2점을 뽑아내는 저력이 있다. 리드미컬한 스텝을 앞세운 페넌트레이션은 알고도 막기가 힘들다. 돌파가 여의치 않을 때 수비자의 파울을 유도하는 능력도 단연 탑 클래스다. 정확한 자유투로도 많은 점수를 쌓는다. 심지어 미드레인지 슛도 정확하다.
오리온은 시즌 초반 헤인즈의 경기 막판 클러치 득점으로 접전서 많은 승수를 챙겼다. 그리고 헤인즈가 빠졌던 기간 그의 클러치 득점이 아쉬운 경기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오리온은 선방했다. 일시대체 외국선수 제스퍼 존슨이 사실상 공격과 수비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오리온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은 빼어나다. 장신 포워드가 즐비한 오리온은 2~3번에서 미스매치를 유발, 내, 외곽에서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통해 정확한 중, 장거리포로 점수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동욱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곽 공격은 기복이 있다. 헤인즈 공백으로 오리온의 경기 막판 힘이 떨어진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오리온이 헤인즈 부상 직후 추 감독이 제시한 5할 승률 그 이상을 달성했을까.
이승현 덕분이었다. 신장은 197cm로 5번을 맡기엔 작다. 그러나 유도선수 경험으로 자세가 낮다. 상, 하체 밸런스도 좋다. 탄탄한 몸집에서 나오는 파워, KBL 경험을 쌓으면서 공격수의 습관을 역이용하는 요령까지 갖췄다. 한 마디로 KBL 최강 골밑 수비수다.
작년 여름 대표팀 일정 소화, 개인사(아버지 투병 소식이 알려졌다) 등으로 충실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실제 체중이 다소 빠진 듯하다. 일각에선 특유의 힘이 조금 떨어진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래도 여전히 이승현의 골밑 수비력은 좋다. 리바운드를 위한 위치선정, 루즈볼에 대한 투지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결과적으로 센터 없는 오리온에서 센터 역할을 했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없는 동안 경기 막판 클러치 득점원을 잃었지만, 이승현의 수비와 리바운드로 최대한 만회했다. 스코어 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승현의 경기 공헌도는 올 시즌에도 상상 이상이었다. 헤인즈가 없는 동안 거둔 7승5패에 이승현의 공헌이 결정적이었다.
이승현이 공교롭게도 헤인즈 복귀전서 다쳤다. 12일 전자랜드전 1쿼터 4분55초전 골밑에서 커스버트 빅터를 수비하던 최진수를 돕기 위해 점프했다. 그러나 착지 과정에서 빅터의 발을 살짝 밟으면서 왼쪽 발목이 크게 돌아갔다. 이승현은 일어나지 못하고 들 것에 실려나갔다. 정황상 가벼운 부상은 아닌 듯하다. 이승현은 13일 오전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이승현의 부재는 헤인즈 공백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헤인즈가 없을 때는 국내선수들 특유의 유기적인 공격과 이승현의 수비력으로 최대한 메우며 경기력 약화를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센터가 없는 오리온 특성상 빅맨 수비와 리바운드에 능한 이승현의 공백은 엄청나다. 자칫 팀의 공수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국내선수들의 외곽공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자랜드전서 장재석의 골밑 활약으로 이겼지만, 기복이 심한 편이다.
오리온이 골밑에서 아이반 아스카를 전혀 막지 못했던 건 이승현 공백의 실체다. 외인빅맨 두명이 동시에 뛰는 2~3쿼터에 오리온은 이승현이 한명을 온전히 막고 나머지 한명을 장신 포워드들이 도움수비로 제어했다. 그러나 이승현 이탈로 이 시스템이 사실상 무너졌다. 오리온 선수구성상 이승현이 아닌 국내 포워드들이 두명의 빅맨을 모두 효과적으로 막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추 감독이 전자랜드전 승리 이후에도 웃지 못한 이유였다.
추 감독은 "앞으로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승현 부재로 공수의 시스템을 일정 부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오리온은 삼성, KGC와 3강을 형성했다. 헤인즈 부재만으로도 오리온은 삼성, KGC보다 힘이 떨어졌다. 결국 3위로 밀렸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을 앞세운 삼성, 데이비드 사이먼과 오세근을 앞세운 KGC의 골밑은 오리온을 압도한다. 헤인즈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서 이승현마저 빠진 오리온 골밑은 더욱 중량감이 떨어진다.
앞으로 오리온 게임플랜은 어떻게 수정될까. 일단 이승현이 최대한 빨리 돌아오길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헤인즈의 경기감각과 게임체력이 올라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승현의 수비, 리바운드 공백을 헤인즈의 공격력으로 최대한 만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추 감독은 "아직 헤인즈는 감이 살아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전자랜드전서 특유의 리드미컬한 골밑 공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이도 적지 않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은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시즌 중 공수 시스템을 또 다시 크게 수정하는 모험을 앞뒀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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