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명강의였다.
삼성 이승엽이 신인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승엽은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오리엔테이션에서 특별강의를 했다. 그는 대구에서 오전 개인훈련을 마치고 직접 2시간 동안 차를 몰고 현장에 왔다.
이승엽은 1995년 데뷔부터 2016년까지 22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야구선수가 될 수 있었던 배경, 노하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신인들의 질문에도 솔직하면서도 냉정한 대답을 내놓았다. 프로 22년 노하우의 집약체였다.
▲못해도 부모 원망하지 마라
이승엽은 야구를 시작한 동기부터 털어놨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공 던지기 대회에 나갔다. 이후 초등학교 감독, 부장님이 야구를 권유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어디서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야구가 꿈이 됐다. 약 1달 정도 부모님을 설득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승엽의 부모는 결국 허락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1달간 지켜보시다가 시켰다. 아버지는 '혹시 나중에 야구를 못하고 사회에서 적응을 못해도 부모 원망을 하지 마라'라고 하셨다. 사실 집안에 스포츠로 성공한 사람도 없었고 그 당시 운동선수는 춥고 배고픈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이승엽은 1986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이승엽은 22년간 힘들었던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힘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나도 여러분만한 나이에 후회도 했다. 20살에 입단했는데 38살 이만수 선배가 최고참이었다. 나 역시 프로야구 최고스타들을 동경하면서 뛰었다. 말도 붙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든 것도 아니었다. 야구를 조금만 잘 하면 그 정도로 힘든 건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승엽은 "야구를 2~3년, 10년, 15년 하면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도망가고 싶고 사람들이 겁나고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 잘 이겨내야 한다. 그 방법은 운동, 휴식, 친구와의 만남, 술 등 너무나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수 많은 방법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선배, 스승 부모님에게 어떤 방법이 좋은지 자문도 구해보기 바란다"라고 했다.
또한, 이승엽은 "성적이 안 날 때가 가장 힘들다. 야구를 잘하는 게 최고다. 야구를 잘하려면 주위도 돌아봐야 하고 친구관계, 팬들과의 관계, 선, 후배 관계 등도 복합적으로 중요하다. 야구를 잘 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있다. 주위 사람들과 상의하길 바란다. 야구를 못하면 주위 사람들도 불행해진다. 최상의 경우, 최악의 경우를 같이 생각해서 경기에 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책임감으로 살아왔다"라고 했다.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8년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날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프로 생활은 1년 잘 한다고 해서 기뻐할 필요도, 1년 못해도 기 죽을 필요도 없다. 야구는 갑자기 실력이 올라가고 떨어질 수 있다. 비 시즌을 잘 보내야 한다. 야구를 잘하면 모든 게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스타가 되기 전까지 자제력을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욕심도 중요하다. 이승엽은 "야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프로선수가 된 뒤에는 주전이 목표였다. 주전이 된 뒤에는 타이틀을 따는 게 꿈이었다. 그 이후에는 국가대표가 되고 한국야구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조금씩 목표를 상향 수정했다. 만족을 몰랐다. 어렸을 때 홈런 4~50개를 쳐도 더 치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라고 돌아봤다.
▲주옥 같은 Q&A
이승엽은 신인들에게 직접 질문도 받았다. 신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기 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실력 좋은 선수가 우선이지 나이 많은 선수가 우선이 아니다. 연습할 때부터 똑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해라. 스프링캠프에 가면 힘들 것이다. 나 역시 신인 때 선배들 뒤치다꺼리를 했다. 힘들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 힘든 생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선배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선배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 남들이 한 발 뛸 때 신인들은 2발 뛰어야 한다. 선배들이 방망이를 100번 돌리면 신인들은 200번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고 '오늘 힘드니까 괜찮겠지'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강한 마음을 갖고 운동을 하길 바란다. 분명히 기회는 온다. 기회를 놓치면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 잠, 술, 친구들과의 만남 모두 줄일 필요는 있다"라고 충고했다.
슬럼프 극복법에 대해 이승엽은 "옛날에는 멘탈이 약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서 부진했을 땐 나 때문에 팀 우승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어쨌든 야구선수는 야구를 못하면 비난을 받는다. 여러분은 어리기 때문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완의 대기다. 잠재력을 야구장에서 쏟아야 한다. 본인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스프링캠프나 야구장에서 만날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이론을 가르쳐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해결 방법은 딱 2가지다. 하나는 그냥 야구를 놓아 버리는 것이다. 며칠간 단체연습만 하고 개인연습 을 안 하고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연습을 더 하는 것이다. 난 쉬면서 리플레시 하는 건 권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야구는 머리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선 몸이 돼야 한다. 반복 연습을 통해 스윙폼을 만들어야 한다. 타격은 투수가 던지는 걸 타이밍을 맞춰서 쳐야 한다. 굉장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스포츠다. 나 역시 1년에 수십번씩 슬럼프가 왔다. 미친 듯이 야구에 몰입을 해야 한다. 100개를 쳐서 안 되면 200개 치고 200개 쳐서 안 되면 400개를 쳐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몸 관리에 대해 이승엽은 "어렸을 때는 게을렀다. '오늘 할 일을 내일하자', '내일 되면 또 내일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됐다. 그때는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지금보다 낮았다. 운동을 좀 덜해도 커버할 수 있는 안일한 생각도 했다. 30대에 일본에 가면서 한계를 느꼈다. 운동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해야지 이길 수 있다. 연습 전에 미리 운동하고 운동 후 좀 더 운동을 하고 반복해서 조금씩 내 몸에 익혔다.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연습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요즘은 오후 3시에 팀 연습을 시작하면 2시 정도부터 시작한다. 남들 하기 전에 운동을 끝낸다.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고 좀 더 연습한 뒤 휴식시간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는 편이다. 내 나름의 노하우다. 경기 도중 남들 담배 피울 때 복기도 한다. 상대 투수의 약점, 변화구의 각도 등을 체크한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실수를 줄이고 상대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사진 = 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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