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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도깨비' 반장, 정체가 뭐야?"
고보결이다. tvN '도깨비'에서 그녀는 결국 귀신이 아닌 지은탁(김고은)의 유일한 인간 친구였다. '도깨비'에서의 의문은 해결되었으나, 짧은 등장으로 선명한 흔적을 남긴 배우 고보결의 정체는 풀리지 않는 비밀처럼 남겨졌다.
"제 본명은 고우리예요. 2013년쯤 고보결이란 이름이 생겼어요."
고보결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인상적이었던 건 배우 박근형의 평가였다. 영화 '그랜드파더'에서 비극적 운명의 할아버지와 손녀로 이어졌던 박근형은 고보결을 전도연의 신인 시절에 빗댔고, "충무로의 유망주"라고 극찬했다. '연기 거장'이 공연스레 한 말이 아니란 건 고보결의 작품을 하나, 둘 찾아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도깨비'에 잠깐 잠깐 나왔는데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니까 저도 신기해요. 김은숙 작가님의 힘이고, '도깨비'의 힘인 것 같아요. 헤헤."
유난히 거친 인생의 여학생 캐릭터들을 실감나게 연기했던 고보결의 곱게 웃는 얼굴에 놀랐고, 실제 나이를 알고 한번 더 놀랐으며,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을 듣고는 감탄했다.
KBS 2TV 단막극 '아비'와 영화 '그랜드파더'에서 맡은 두 여학생의 가슴 아픈 환경은 언뜻 비슷해 보였지만, 고보결은 "삶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면서 눈에 힘을 주었다.
"처음에는 학생 역할을 맡았을 때 부담이 되었어요. 학생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대사 톤은 어떻게 잡을까 이런 고민도 했고, 캐릭터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제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고, 청소년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면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려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어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걸까' 그걸 이해하니까 결국 캐릭터의 근본은 똑같다는 걸 알았어요."
고보결에게는 주연을 맡았다고 마냥 예쁘게 메이크업을 한다든지, 소위 '카메라발' 잘 받는 표정으로 연기한다든가, 그게 오히려 더 어려운 숙제다. 소속사에선 "TV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신경도 좀 써줘"라고도 충고했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게 고보결이다.
"예쁜 표정을 신경 못 쓰겠더라고요. 왠지 그렇게 연기하면 가짜 같아서요."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연기학원에 등록했던 게 중2 때였다. 그날 엉겁결에 대본을 손에 쥐고 해본 첫 연기에 난생 처음 느껴본 감정이 걷잡을 수없이 떠밀려왔고, 그대로 고보결의 심장 깊숙이 박히고 말았다.
"연인이 죽은 순간을 연기하는 대본이었어요. 당연히 어린 나이에 경험해 본 적도 없었고요. 대사도 이랬어요.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하기도 어려운 그런 대사였어요.
근데, 있죠, 심장이 막 두근두근거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마치 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고요. 신기했어요. 그 첫 느낌이 너무 좋고 잊을 수 없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고보결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었더니 대뜸 "제가 말하는 게 특이하죠?" 되묻는다.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새해 소원으로 연인을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느닷없이 소원을 비는 엉뚱한 얼굴에 웃음을 터뜨렸다.
고보결이다. 한번 스치면 잊지 못해 찾아보고 싶은, 그래서 이름이 궁금해지고, 또 보고 싶은 배우. 캐릭터의 결 따라 연기하는 고보결. 작가 파울로 코엘료를 좋아한다며 이유를 묻자 곱게 웃는다. "처음에는 여자 작가인 줄 알았어요. '어떻게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잘 이해하지?' 싶더라고요."
고보결의 작품을 보고 나면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도깨비처럼 불현듯 떠오를 것이다. 그러는 너는 어떻게 그 숱한 캐릭터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냐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tvN 방송 화면-영화 '그랜드파더' 스틸]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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