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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화랑’이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다. 사전제작임에도 ‘배우 때문에 본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었을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21일 밤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花郞)’(극본 박은영 연출 윤성식)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삼맥종(박형식)이 선우(박서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왕좌를 지키고, 선우와 아로(고아라)가 혼인을 기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화랑’은 초반 기세 좋게 포문을 열었다. 뻔하디뻔한 청춘사극일 것이란 우려를 날리며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청춘의 싱그러움, 짠내를 담아냈다. 특히 이광수의 하드캐리가 돋보였다. 예능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연기 내공 또한 상당한 이광수가 1회와 2회 극을 이끌며 압도적 연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화랑’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국내 드라마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었던 화랑에 대해 깊숙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고, 삼맥종이 강건한 왕 진흥이 되어가는 과정을 노련미 넘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시청자와 밀당을 할 만큼 가슴 설레는 청춘 로맨스를 담아내지도 못했다.
긴장감도, 탄탄한 대본도 없었다. 여기에 몇몇 장면과 사건만 빼놓고 본다면 화랑이나 신라, 진흥황이 왜 드라마 ‘화랑’에 필요했는지 의문을 안겼다. 골품제도의 폐해에 대해 다루는 듯 하면서도 발만 담그고 빠져나오기 일쑤였다. 극의 중심 로맨스가 되는 선우와 아로의 사랑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는데 정치적, 시대적 상황을 버렸다면 로맨스라도 잘 그려내야 했지만 ‘고구마’라는 혹평만 얻었다.
그렇다고 다른 것들의 완성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었다. 사전제작인 ‘화랑’의 촬영이 마무리 된 것 지난해 9월 초. ‘화랑’이 지난해 12월 19일 첫방송 됐으니 그동안 약 3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엉성하고 뚝뚝 끊기는 편집이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사전제작이 아니라 생방처럼 촬영 중인 드라마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연출을 두고도 말이 많았는데, 등장인물들이 과장되면서도 일관된 포즈로 활을 맞는 모습들은 ‘촌스러운 연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실소를 안겼던 대표적 장면. ‘왕의 얼굴’ ‘최고다 이순신’ ‘각시탈’의 윤성식PD와 ‘오 마이 금비’ ‘장영실’ ‘징비록’의 김영조PD가 의기투합했음에도 이 정도 결과물을 내놨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함을 안겼다. 장편 경험이 없던 박은영 작가를 기용한 위험부담을 PD들이 상쇄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기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랑’의 성과도 있다. 앞으로 활약할 남자 배우들을 눈여겨 볼 기회를 줬다는 것. 박서준은 20부작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줬고, 박형식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극을 씹어 먹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샤이니 최민호 그리고 첫 연기에 도전한 방탄소년단 뷔도 배우로서의 진가를 확인시켜줬다. 여기에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던 도지한이나 등장할 때마다 극의 중심을 잡아줬던 단세 역의 김현준 등이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수연 역의 이다인 또한 ‘20대 여배우 가뭄’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사진 = 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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