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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신은 침묵한다. 종교란 침묵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도하고 간청했는데, 신은 왜 침묵하는 것일까. 왜 나에게 이런 고통과 시련을 주는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는 신에 대한 믿음과 의심을 극한으로 끌고 들어가 신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17세기,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배교를 한 뒤 신을 부정하고 불교를 믿는다는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루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과연 스승이 신앙을 버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에 당도한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안 곳에서 두 신부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믿음을 지켜가는 일본인들을 만난다. 로드리게스는 당국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리게 된다.
‘배신’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즐겨 다루는 테마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디파티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배신을 통해 인간 관계의 믿음과 신뢰의 밑바닥을 파헤친다. 1988년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자마자 영화화를 결심한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도전한 끝에 필생의 역작을 만들었다.
‘사일런스’는 극심한 고문과 형벌 앞에서 ‘배교’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신부의 딜레마를 통해 진실된 믿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이 타들어가고, ‘코 고는 소리’처럼 들리는 구멍 매달기 고문 등을 보면서 로드리게스의 신앙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배교를 하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절박한 생존본능은 침묵의 신과 맹렬하게 부딪힌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긴장감 넘치는 원작의 묘사를 리얼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한편, ‘고통의 순간에 신은 어디 있는가’라는 핵심 메시지를 치열한 갈등 속에 녹여낸다. 배교자 페레이라와 배교를 앞둔 로드리게스, 그리고 탄압을 가하는 일본 관리와 죽음 앞에서도 신을 버리지 않는 일본 신앙인들, 유다처럼 배신을 일삼는 기치지로(쿠보즈카 유스케)의 대립은 고요한 바다에 폭풍우를 일으키듯 세차게 휘몰아친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배교를 통해 신앙의 위대함을 다룬다. 참혹한 조건에 내던져진 나약한 인간이 내면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장대한 서사로 흘러간다. 고통이 파도처럼 덮치고, 인내심은 사막처럼 말라가고, 믿음은 뿌리째 뽑힐지라도 침묵하는 신의 음성을 들으려는 인간의 의지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앤드류 가필드는 연약함과 강인함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핵소 고지’도 좋았지만, ‘사일런스’의 연기로도 충분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만했다. 천주교 신자를 찾아내 야만적인 박해를 일삼는 이노우에 역의 이세이 오가타, 배교를 회유하는 통역관 역의 아사노 타다노부, 독실한 신자 모키치 역의 츠카모토 신야 등 일본 배우들의 앙상블도 자연스럽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의 결말에 없는 이야기를 영화의 마지막에 담아냈다.
그것은 신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사진 제공 = 메인타이틀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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