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마음 편히 지켜볼 불펜자원이 없었지만, ‘끝판왕’은 달랐다. 오승환이 위력적인 투구로 대표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A조 최종전에서 접전 끝에 11-8로 승리했다.
16안타 7볼넷을 뽑아내는 등 모처럼 타선이 폭발력을 뽐냈지만, 대표팀은 줄곧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불펜투수가 난조를 보인 탓이다.
선발 등판한 양현종이 3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3자책)하며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쪽은 대표팀이었다.
양현종이 내려간 4회말을 맞이할 때 점수는 8-3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심창민이 1사 1루서 린저슈엔에게 투런홈런을 허용, 3점차로 쫓겼다.
대표팀 공격이 초반 이후 정체현상을 보인 만큼, 대표팀으로선 불펜자원을 총동원해 대만의 추격을 뿌리쳐야 했다. 이마저도 대표팀에겐 쉽지 않은 과제였다. 3번째 투수로 투입된 차우찬은 5회말을 삼자범퇴 처리했지만, 6회말에는 1사 후 천용지(볼넷)와 린쿤셩(안타)에게 연달아 출루를 허용해 위기를 자초했다.
린저슈엔을 2루수 인필드플라이 처리, 급한 불을 끄는 듯했으나 차우찬은 이후 후친롱과 쟝즈하오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고개 숙였다.
8-7로 쫓긴 7회말. 대표팀은 불펜에서 몸을 풀던 박희수, 장시환 가운데 후자를 택했으나 이 역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장시환은 2사 후 가오궈후이, 천용지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으며 1실점했다. 한때 6점차까지 달아났던 대표팀이 원점에서 경기를 재개하게 된 순간이었다.
‘불펜의 난’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원종현이었다. 원종현은 8회말 등판, 10개의 공을 던지며 대만 타선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자칫 실점하면 패전투수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공격적인 피칭으로 제몫을 했다. 원종현은 이날 불펜투수 가운데 무실점 투구를 펼친 첫 선수였다.
원종현에 이어 오승환도 위기상황서 등판, 위력을 펼쳤다. 오승환은 8-8로 맞선 9회말 무사 2루서 이현승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끝판왕’다웠다. 4번타자 린즈셩을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린이취엔을 고의사구로 걸러내 1사 1, 2루 상황을 맞았다. 가오궈후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승환은 천용지도 우익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오승환 덕분에 패배 위기서 벗어나자, 5이닝 연속 무득점에 머물던 타선도 살아났다. 10회초 양의지의 희생타, 대타 김태균의 투런홈런을 묶어 11-8로 달아난 것.
오승환은 대표팀이 3점차로 앞선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냈다. 오승환의 공은 여전히 묵직했다. 오승환은 10회말 역시 주무기인 직구를 힘껏 던졌고, 대타 쉬지홍-린저슈엔-후친롱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덕분에 대표팀은 11-8 승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승타점은 양의지의 몫이었고, 김태균도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두 장면 모두 오승환의 9회말 호투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끝판왕’은 ‘끝판왕’이었던 셈이다.
[심창민-차우찬-장시환(상), 원종현(중), 오승환(하).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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