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콜드플레이, 세월호와 태극기…10만팬 품은 사운드 향연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형형색색 사운드의 향연이 펼쳐졌다. 황홀했다.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크리스 마틴, 존 버클랜드, 윌 챔피언, 가이 베리맨)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결성 19년만의 첫 내한공연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COLDPLAY)'를 열었다.

사운드가 춤을 춘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틴의 목소리와 버클랜드의 기타, 챔피언의 드럼, 베리맨의 베이스는 한 데 뒤섞여 저마다의 빛을 발했다. 이들의 음악은 방방 뛰며 환호성을 내지르게 만들다가, 어느 샌가 마음 속 깊은 곳을 뭉클하게 터치하며 위로하고 꿈꾸게 했다.

형형색색의 컬러풀한 음악은 꽃가루처럼 흩뿌려졌고, 나비처럼 날아갔다. 폭죽의 불빛으로 솟구쳐 올라 까만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날 자리한 약 5만 명의 관객들과 4인의 콜드플레이는 각각 소리였고, 빛이었으며 몸짓이었다. 이 속에서 오롯이 하나가 됐다.

이번 투어의 타이틀인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로 포문을 연 콜드플레이는 오늘날의 그들을 있게 한 초심의 노래 '옐로우'(YELLOW)로 두 번째 무대를 이었다. 각 관객들 팔목에 채워진 자일로 밴드는 온통 노랗게 물들었고, 필연적으로 3년 전 이날의 역사적 비극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마틴은 곡 초반 무대를 중단시켰다. '잠시 음악을 멈추고, 이 곡 '옐로우'와 같은 색깔인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10초간 묵념한다면 이후 공연이 더 멋질 겁니다.' 잠실벌의 5만 관객은 10초간 세월호를 깊게 생각했다.

이어진 곡은 '에브리 티어드롭 이즈 어 워터폴'(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이었다. 마틴은 태극기를 들어 올리며 한국팬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드러냈다. 마틴은 공연 내내 허리춤에 태극기를 달고 무대에 임했다.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에서 건반을 치며 노래하는 마틴의 목소리 뒤로 관객들의 떼창이 따라갔다.

'버즈'(BIRDS)는 자유로웠다. 대형 스크린 속 새들이 수도 없이, 끝도 없이 날아 올라갔다. 팬들 역시 손을 들고 방방 뛰며 날갯짓 하며 새가 됐다. '에버글로우'(EVERGLOW)는 고 무하마드 알리의 추모 영상이 깔리며 메시지를 전했다. 인류에 대한 사랑과 인간애, 구제 등을 역설한 영상 속 알리의 강인한 목소리는 '영원히 빛나는'이라는 곡 제목과 버무려져 의미를 더했다.

언급을 빼 놓을 수 없는 '픽스유'(FIX YOU)가 이어졌다. 이 곡은 마틴이 전처인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아버지를 잃었을 당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언제나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픽스유'를 부르는 마틴의 모습은 관객들 각각에게 따뜻하게 다가갔다.

과거 인터뷰에서 마틴은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에 대해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인생 만세'라는 뜻의 이 곡은 한 때 세상을 다스렸던 왕의 몰락을 그렸다. 최대 히트곡으로 꼽히는 '비바 라 비다'에서 잠실벌은 최고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떼창을 비롯해 손을 번쩍 들고, 음악에 빠져 들었다.

이후 '인 마이 플레이스'(IN MY PLACE), '돈트 패닉'(DON'T PANIC), '썸띵 저스트 라이크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 '업 앤드 업'(UP&UP)으로 줄줄이 이어간 콜드플레이 사운드의 향연은 형형색색 무지개빛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영원히 포기하지 말라'고 외친 마틴은 '또 오겠다'라고 말했고,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콜드플레이의 만면에 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더불어 마틴은 태극기에 입을 맞추며 2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준 관객들에게 또 한번 감사했다.

콜드플레이는 음악이 단순히 음표의 연속이 아니라는 것, 그 안에 수 많은 메시지와 의미를 담아 매 순간 생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공연장 곳곳에서 전매특허인 전력질주하던 마틴과 콜드플레이는 10만 팬들의 심장 속에서 강렬하게 쿵쾅댔다.

[사진 = 현대카드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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