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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섬뜩했다.
한국사 가장 잘 알려진 광기의 군주, 연산군.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온 인물이지만 배우 이동건이 연기하는 연산군은 그가 점차 광기를 더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31일 밤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 1회에서는 권력 앞에서 경쟁자가 되어버린 이복형제 이융(이동건)과 이역(연우진, 아역 백승환)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산군 이융은 이복동생이자, 자신의 잠재적 왕권 경쟁자인 이역을 내심 견제하고 있었다. 선왕이 이융에게 "훗날 이역이 성인이 되면 왕위를 물려줘라. 너는 조선을 망칠 것이다"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역이 혼인할 나이가 되자 이융의 심기도 복잡해졌다. 처가의 힘으로 자신에게 맞설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이융은 이역의 혼인상대로 신수근(장현성)의 딸을 지목했다. 신수근도 이융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왕실과의 혼인을 막기 위해 딸 신채경(박민영, 아역 박시은)을 지방에 숨겨뒀지만, 왈가닥인 신채경은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홀로 한양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신채경과 이역은 우여곡절 많은 첫 만남을 가졌다.
같은 시간 골목대장 놀이를 하는 이역을 발견한 이융은 "여기서는 네가 왕이구나"며 경주에서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면 목숨을 빼앗겠다고 선언했다. 이역은 필사적으로 경주에 임했지만, 말에 밟힐 위기에 빠진 신채경을 구하다 결국 경주에 지고 말았다. 이역의 목을 겨누던 이융은 마지막 순간 동생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자순대비(도지원)의 만류에 의해 칼을 내렸다.
소란이 마무리 된 뒤 궐 밖으로 나가 머리를 식히는 이융. 그런 이융 앞에 신채경이 모습을 드러내며 1회는 마무리됐다.
1회에서 가장 시선을 끈 부분은 그동안 젠틀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현대 남성을 주로 연기해 온 이동건의 파격변신이었다. 다른 두 주연배우의 자리를 아역이 메우는 가운데, 홀로 1회부터 전면에 나선 이동건은 연산군이 점차 광기를 더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선왕의 유지에 따라 정통성을 가진 동생의 존재로 인해 불안해하다, 동생의 목에 칼을 겨누는 방식으로 결국 감정을 폭발시키는 이융의 내면을 이동건은 냉정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화해냈다.
반면, 1회 말미와 2회 예고에서 그려진 신채경을 향한 조금은 다른 이융의 태도는 권력투쟁 과정에서 보인 그의 모습과는 또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더 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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