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선수가 없다”라고 불평만 할 게 아니었다.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한화에도 ‘흙속의 진주’는 있었다.
한화 이글스 신인 내야수 김태연이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김태연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8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김태연은 첫 타석에서 강렬한 한 방을 터뜨렸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서 신재영의 초구(슬라이더, 구속 123km)를 공략,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1군 등록일에 출전한 경기의 데뷔 첫 타석에서 초구를 홈런으로 장식한 신인은 김태연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례였다.
야탑고 출신으로 2016년 2차 6라운드(59순위)에 선발된 김태연은 이날 경기에 앞서 웨이버 공시된 이양기를 대신해 1군에 등록된 신인이었다. 등록되자마자 홈런으로 강렬한 신고식을 올린 셈이다.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다. 김태연은 퓨처스리그서 41경기 타율 .306(144타수 44안타) 9홈런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과시한 바 있다. 2루타도 14개에 달하는 등 이미 2군서 장타력을 검증받은 자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화는 지난 21일 3루수 송광민이 훈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 1군에서 말소돼 내야 전력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하지만 한화는 김태연이 깜짝 홈런을 터뜨리며 송광민의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물론 홈런 1개만으로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 김태연은 홈런 이후 3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났고, 이 가운데 삼진도 2차례 있었다. 한화도 접전 끝에 5-6으로 패, 5연승에 실패했다.
다만, 한화로선 키워볼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를 발견했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일전이었다. 김태연은 “우리 팀은 능력이 있지만, 나이 많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이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박종훈 단장의 비전에 부합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한화는 비교적 꾸준한 성적을 올렸던 2000년대에 신인 수급을 등한시,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2010년대 암흑기가 시작된 요인 가운데 하나였고, 김성근 감독 부임 후에는 신예들의 성장보단 타 팀의 베테랑 수급에 초점을 뒀다. 그 과정에서 한화를 떠나게 된 유망주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지난 시즌 하주석과 양성우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한화는 김태연의 1군 등록으로 지지부진했던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선수가 없다”라고 불평만 할 게 아니었다. 2군에서 성과를 올린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한화의 결단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태연.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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