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흥행이요? 목마르죠. 기대보다도 이제는 좀 했으면 좋겠네요(웃음)."
몇 년째 이어진 흥행 부진이 답답한 건, 그 누구보다 배우 장동건 본인이었다. 지난 2003년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태풍', '무극', '마이웨이', '위험한 관계', '우는남자' 등을 선보였지만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이렇다 할 작품은 없었다.
"바람이 그런 것 같아요. 결과는 우리 힘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과정과 결과가 모두 다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인데, 지나고 보면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에 결국 애정이 가게 되더라고요.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래요. 결국 사람들이 안 보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걸 느꼈죠."
배우의 소신 있는 작품 행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춰가야 할 터. 이에 장동건은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다. 23일, 영화 '브이아이피'(V.I.P.)로 3년 만에 충무로로 컴백한다.
'브이아이피' 역시 전작 '우는남자'와 마찬가지로 누아르물이지만, 데뷔 후 첫 멀티캐스팅 작품에 출연하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과 호흡을 맞췄다. 함께 붙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팽팽한 대립각으로 강렬한 케미를 이뤘다.
"마음 맞는 배우들과 함께해서 좋았어요. 촬영 당시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지 않아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됐어요.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시나리오보다 더 재밌게 나온 거 같아요. 긴장감도 높고요."
장동건은 극 중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할을 맡았다.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을 비호하는 인물이다. 이를 반드시 잡으려는 자 경찰 채이도(김명민)와 복수하려는 자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 등과 집요한 공방전을 벌인다.
"'브이아이피' 대본을 읽자마자 박재혁 캐릭터에 빠졌어요. 다른 역할들도 물론, 다 좋았지만요. 재혁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물이라서였어요. 유일하게 변화하는 캐릭터죠. 영화의 시작을 열고 마무리를 짓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장동건은 영화에서 냉혈한 킬러 같은 모습과 조직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일상적인 회사원, 두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 초반 박재혁에게서 '우는남자'의 곤이 떠오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후 사무직으로 발령 났을 땐 최대한 일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도록 차별점을 뒀어요. 업무의 중압감에 짓눌려 짜증스러운 그런 톤으로요. 도덕성을 애써 누르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이라고 바라봤어요."
안경 착용으로 비주얼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장동건은 "내가 안경이 잘 안 어울린다. 아주 예전에 드라마에서 한 번 써본 뒤 착용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제가 안경을 쓰면 가짜 같은 느낌이 있어요(웃음). 이걸 쓰느냐, 마느냐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안경을 50개 정도 착용해본 거 같아요. 그중에 제일 자연스러워 보이는 걸로 골랐어요. 박훈정 감독님이 눈빛은 안 보이는데 실루엣만으로 재혁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으셔서 안경을 설정하신 거 같아요."
"'브이아이피'는 '신세계'의 확장된 버전이라고 봐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조직의 이야기로요. 누아르, 범죄드라마라고 하면 대부분 조직 폭력배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달라요. 그럴싸하고 근사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세계'의 기록을 깬다면 감독님에게도, 출연진에게도 의미 있고 좋을 것 같아요. 열심히 찍은 작품이니까 많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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