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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브이아이피'(V.I.P.)가 천만 신화를 쓴 '택시운전사'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 행진 중이다. 그러나 흥행 성적과 별개로 작품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며 문제작(問題作)으로 떠올랐다. 지난친 잔혹성으로 '평점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오전 기준, 한 포털사이트 영화 '브이아이피' 리뷰 페이지에는 관람객들의 1점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별점 10점 만점 중 최하점이다. 점수 분포를 살펴보면 지난 23일 개봉 이후 이틀 만에 1점은 32% 선을 넘었다.
부정적 평가자들은 지나친 잔혹성을 문제 삼았다. 극 초반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의 살인 범행 장면이 스너프 필름 수준이기 때문. 연쇄살인범 김광일은 여성을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고문한 뒤 살인을 저지른다. 이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악역 김광일의 극악무도함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여성 인권 유린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조짐이다.
관객들은 "여자는 남자 캐릭터를 위한 성적 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한 여성을 무참하게 다루는 장면은 감독의 빈약한 상상력과 이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불필요한 자극적 묘사와 여성을 우롱하는 서사가 너무 많다. 너무나 무례하고 여성을 영화의 소모품적인 장치 이상으로 농간하는 수준", "이 영화에서 여성이란 강간당하고 버려지는 시체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참혹이라는 비용 치고 얻는 효과는 피상적인 분위기만" 등의 평을 남겼다.
그렇다면 해당 살인 묘사 신에 대한 연출자 박훈정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광일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신이었다. 이를 설명하는 유일한 장면이었다. 김광일의 악마 같은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사실 이 같은 반응은 그 역시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이에 박훈정 감독은 실제 김광일의 적나라한 살인 장면을 편집하기도 하는 등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내부적으로도 그 장면이 좀 강하다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고민이 정말 많았다"라며 "편집 과정에서 아예 빼보기도 했다. 그 한 신을 뺐더니 영화가 흔들렸다. 광일이가 단순히 철부지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지는 거다. 영화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었고 그것만 생각해서 다시 넣게 됐다. 폭력 장면, 행위 자체가 이것은 폭력이다라고 할 때는 폭력적으로 보여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훈정 감독은 "사실 만든 나도 김광일의 살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여성 관객들이 보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불편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논란이 생긴다 해도 드릴 말이 없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예상보다 거센 반응에 당황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박훈정 감독은 "내 예상 이상으로 강한 반응이었다. 이를 통해 보면서 내가 여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라며 "젠더적 감수성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라며 "이제 그 수준을 알았으니까 만약 지금 편집을 한다고 하면 더욱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영화를 만들 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검열이 심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얘기했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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