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때로는 깜짝 활약도 필요하다.
KIA가 한 숨 돌렸다. 29~30일 삼성과의 대구 2연전을 모두 잡았다. KIA의 연승은 15~16일 광주 NC전 이후 2주만이었다. 그 사이 6연패 포함 1승7패로 크게 흔들렸다. 선발진과 타선의 페이스가 동시에 가라앉은 게 뼈 아팠다.
KIA는 6연패 이후 3승1패로 반등했다. 최근 타자들의 페이스가 서서히 오름세다. 그러나 선발진 후미의 약화, 불펜의 기복 등으로 마운드 짜임새가 강력하지 않다. 때문에 맹추격 중인 두산과 부담스러운 선두다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심동섭의 30일 삼성전 5이닝 무실점 호투와 선발승은 의미가 있었다. 현재 KIA 선발진은 임기영의 팔꿈치 통증, 정용운의 부진 및 2군행으로 확실한 4~5선발 없이 운용된다. 이런 상황서 좌완 셋업맨 심동섭이 임시로 선발진에 가세, 깜짝 호투를 했다. 5회까지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냉정히 볼 때 KIA가 30일 경기를 잡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KIA는 현실적으로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가 등판하는 날에 야수들이 공수에서 좀 더 집중, 승률을 최대한 높이는 게 선두를 수성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크게 기대 하지 않은 경기서 심동섭이 깜짝 호투를 펼쳐 선발승을 따냈다. 2주만의 연승을 이끌면서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후반기 들어 KIA는 두산에 쫓기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상황서 깜짝 카드가 통하면서 선수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통상적으로 야구관계자들은 선발 매치업에서 밀리는 날, 혹은 전체적인 팀 사이클이 좋지 않을 때 따낸 승리는 1승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KIA는 후반기에 이런 승리가 거의 없었다. 양현종과 헥터가 나온 날에도 패배를 이어가면서 오히려 위축된 분위기였다.
잘 나가는 팀은 기대하지 않은 선수가 깜짝 활약을 펼쳐 연승과 좋은 팀 분위기를 이어가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KIA를 위협하는 두산도 최주환, 정진호, 류지혁 등 시즌 내내 깜짝 스타가 꾸준히 나온다. 3위 NC도 이름값에 비해 건실한 활약을 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KIA 역시 전반기에 잘 나갈 때 깜짝 활약을 펼친 선수가 적지 않았다. 임기영과 정용운만 해도 시즌 전에는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전력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와 김민식의 활약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페넌트레이스는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한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서 매일 주축 선수가 잘할 수는 없다. 최근 KIA처럼 집단적인 페이스 하락이 찾아올 수 있다. 팀에 에너지가 떨어질 때 기대하지 못한 선수의 깜짝 활약이 나오면, 그 팀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연승도 할 수 있다. 지금 KIA는 때때로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필요하다.
물론 깜짝 활약을 무작정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 두산과 NC가 꾸준히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배출하는 건 나름의 체계적인 선수육성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KIA도 마찬가지다. 임기영과 정용운의 전반기 활약은 시즌 전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30일 선발승을 따낸 심동섭 역시 선발등판 통보를 받고 나름대로 충실히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어깨 통증을 털어낸 뒤 팔 각도를 올려 패스트볼 구위를 끌어올렸다. 임시 선발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심동섭의 선발승은 선두를 지켜야 하는 KIA에 반전의 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 마침 두산이 30일 롯데에 패배, 모처럼 두산과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시즌 막판이다. 1.5경기와 2.5경기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두산과의 홈 2연전을 앞두고 부담을 조금 덜어낸 것도 수확이다.
[심동섭(위), KIA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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