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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시작은 참을성이었다.
삼성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는 대반전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4월 말에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1군 복귀 이후 서서히 살아났다. 시즌 중반을 넘어서자 삼성에 없어선 안 될 타자로 거듭났다. 지금은 구자욱과 함께 삼성 타선의 간판 역할을 한다.
러프는 9일까지 120경기서 타율 0.310 26홈런 105타점 76득점을 기록했다. OPS 0.945에 득점권타율은 0.366. 홈런 공동 7위에 타점 공동 2위, 장타율(0.549) 10위, OPS 11위다. 다른 외국인타자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성적.
3~4월 18경기서 타율 0.150 2홈런 5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5월 타율 0.330 7홈런 23타점, 6월 타율 0.356 5홈런 31타점, 7월 타율 0.282 4홈런 13타점, 8월 타율 0.344 6홈런 24타점, 9월에는 타율 0.407 2홈런 9타점이다.
7월에 잠시 주춤했으나 8월부터 다시 맹활약 중이다. 9일 광주 KIA전서도 9회초 동점타 포함 2루타만 두 방을 터트렸다. KBO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면서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약한다. 삼성은 타선이 강력하지 않다. 러프의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한수 감독은 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원래 파워와 재능이 좋은 타자였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서 러프가 30홈런과 100타점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초반 극심한 부진을 감안하면, 러프는 김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러프가 미국에선 볼을 잘 고르는 타자였다. 여기에선 초반에 잘 안 됐다"라고 했다. KBO리그 투수들은 한 방을 갖춘 신입 외국인타자에게 철저한 유인구 승부로 인내심을 테스트한 다. 이때 외국인타자가 꿈쩍하지 않으면 몸쪽 위협구와 바깥쪽 패스트볼 등 변화무쌍한 볼배합으로 승부한다.
김 감독은 러프가 이 부분에서 '멘탈붕괴'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오더니 프리배팅을 할 때도 자신 있는 타격을 하지 못하더라.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2군에 보냈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러프는 시즌 초반 유인구에 방망이가 따라나가기 시작하면서 타격 밸런스가 완벽히 무너졌다.
김 감독은 "최근 러프는 잘 참는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낮게 떨어지는 공에 쉽게 방망이를 내지 않는다. 물론 유인구에 삼진도 당하지만, 시즌 초반에 비해 잘 참는다. 선구안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어 "나바로가 잘했던 것도 낮은 변화구를 잘 참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러프는 2군에서 재조정하면서 참을성을 되찾았다. 유인구를 참아내면서 실투 유도 확률을 높이고, 좋은 타격 밸런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코스의 구종을 공략하니 자연스럽게 안타와 장타 생산능력이 좋아졌다. 98개의 삼진으로 리그 최다 7위지만, 해결능력도 좋아졌다. 시작은 참을성이었다.
김 감독은 "러프가 코칭스태프의 어드바이스를 잘 받아들인다.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에 적응했고, 몸쪽 공략도 잘 한다. 30홈런도 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프. 사진 = 광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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