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NC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칠 때만 해도 '하락세'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분명한 경사였으나 중반까지만 해도 KIA와 정규시즌 우승을 놓고 다투던 NC가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3위마저 내주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NC가 '가을 질주'를 벌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NC 선수들은 마음을 비우고 가을야구를 즐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히려 우승권에 다가섰다면 부담감에 사로 잡혔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이미 가을야구의 '내공'이 쌓인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면서 우승에 대한 부담보다는 '즐기는 가을야구'로 테마를 잡을 수 있었다.
NC 선수들은 가을야구에 앞서 "밑에서부터 올라가면 더 재밌을 것이다. 서로 가을야구를 즐기자"고 다독였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허망하게 4패를 내준 혹독한 경험을 한 덕분(?)인지 NC 선수들은 가을야구란 전쟁터 안에서도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보다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를 단 한판으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섰고 사상 첫 '경남더비'라는 부담 속에서도 롯데를 3승 2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입성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굴욕을 안긴 두산. 두산은 이미 목표 지점이 한국시리즈에 도달한 팀이다. 전문가들도 두산의 압승을 예측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선제압에 성공한 팀은 NC였다.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했으니 NC 선수들의 우승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이 우승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누적된 피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경기 감각을 꾸준히 이어온 것은 NC 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 또한 그렇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는 NC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에릭 테임즈의 말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테임즈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NC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테임즈는 "작년에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분위기가 끊어진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공백기가 있었던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테임즈는 "올해는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NC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도 상처를 쉽게 입지 않는다. 마지막 가을야구 여행 중인 이호준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완패를 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팀이 졌는데 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혀 가라 앉은 분위기가 없었다"라고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NC는 성숙해졌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밑바닥'부터 시작한 것이 오히려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요인이 되고 있으니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과 해볼 만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테임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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