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왜 방송에서 안 보이냐고요?" (박경림)
박경림은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 창간 13주년 기념 인터뷰에 응했다.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꾸밈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도 영화 쇼케이스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영화 행사 전문 MC답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계 유재석'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충무로 무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고 있는 박경림이다.
제작보고회, 시사회, 쇼케이스 행사부터 네이버 V앱 무비채널 V라이브, '배우What수다' 등 인터넷 방송에 최근 영화 전문 TV 프로 MC까지 자리를 꿰찼다. TV조선 '무비&컬처 박경림의 레드카펫' 진행자로 발탁됐다.
"왜 방송에서 안 보이냐"는 단골 질문이 무색하게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예능에서 영화판으로 주무대를 옮기면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부분이었다.
"무심코 저를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많이 보이다가 갑자기 안 보인다고요.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끊임없이 계속 일해왔어요. 쉰 적은 없지만 자의 반 타의 반 결혼과 출산·육아로 방송을 예전만큼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죠."
활동이 뜸했던 시기에도 자기관리에 힘쓰며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재충전하며 공백을 메웠다.
"일이 별로 없을 때도 굉장히 바쁘게 지냈어요. 이땐 저한테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까 자신이 '나'에게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웃음). 일이 없는 거에서 끝나면 자존감이 하락하고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전 그럴 때일수록 나한테 엄청난 사랑을 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더 바쁘게 지낸답니다.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고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하고 책, 영화, 연극을 진짜 많이 봤어요. 특히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 못 한 고마운 사람들을 찾아뵙고 식사를 즐기기도 하고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갑작스럽게 영화 행사 섭외를 받은 것.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연히 발을 디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고.
"9년 전쯤 육아를 하고 있을 때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행사 섭외가 들어왔어요. 취재진과 관객들을 모시고 하는 제작보고회 겸 쇼케이스 형식의 행사였죠. 왜 나인지는 그 이유는 저도 몰라요. 하하.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면서 영화를 소개하는 그런 과정이 새롭게 다가왔고 그저 너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당시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지금처럼 영화 행사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이벤트성 행사였겠구나 싶었어요. 석 달 만에 한 번이 두 달 만에 한 번으로, 그렇게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한 달 평균 10개 이상으로 섭외가 늘어났어요."
그렇다면 박경림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는 돌파구"라고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영화 장르에 대한 호불호는 있겠지만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 역시 너무나 좋아하는 한 사람이죠. 초등학생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충격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영화는 잠깐 나의 현실을 잊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시공간을 건너뛰게 해주죠. '라라랜드'를 보면 마치 꿈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영화를 향한 애정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노련한 진행 실력도 실력이지만, 순수한 열정이 그의 진정한 무기가 아닐까 싶다.
"왜 사람들은 방송에 안 나오고 영화 행사를 하느냐 묻기도 해요. 하지만 전 예전에도 그랬지만 마이크 잡는 일에 있어 구분을 두지 않아요. 단지 TV에만 안 나올 뿐이지 누군가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늘 1시간짜리 토크쇼를 꾸민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은데 바라는 건 욕심이죠."
어느덧 내년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박경림. 그는 "노력으로 채운 10년이 있기에 가능했다"라며 진득한 매력을 전했다.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게 10년은 노력해야 눈에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과거 최연소 연예 대상이라는 큰 사랑도 그래서 맛볼 수 있었죠.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순간이에요.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데 살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력 없이 얻어진 대가는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요. 이제 갑자기 다가온 요행에 기뻐할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잖아요. 전 지금 나름의 훈련 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10년이 쌓인다면 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봐요. 혹여 없더라도 괜찮아요. 나한테만큼은 떳떳하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기회가 왔을 때 부끄럽지 않게 맞이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나갈 거에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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