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 와이번스 우투좌타 외야수 정진기. 그는 2011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SK 유니폼을 입었다. 상위 라운드에 지명됐으며 SK 입단 이후에도 그에 대한 구단의 기대는 언제나 컸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 탓에 1군 출장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 경기 출장수는 단 24경기였다.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돌아온 2017년.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성적 자체는 90경기 타율 .234 11홈런 35타점 4도루 37득점으로 돋보이지 않지만 끝내기 안타, 대타 만루홈런, 와일드카드 결정전 연타석 홈런 등 강렬한 인상을 여러차례 남겼다. 득점권 타율 또한 .300(50타수 15안타)로 시즌 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진기 본인 역시 2017시즌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던, 기대 이상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 "뭔가 울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데뷔 첫 홈런
앞서 언급했듯 정진기는 성적, 그 이상의 임팩트를 남겼다. 4월 13일 인천 롯데전에서 강영식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렸으며 7월 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박시영의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대타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김동엽의 부상으로 갑작스레 경기에 투입된 10월 5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올시즌 때린 11개 홈런 역시 데이비드 허프, 차우찬(이상 LG 트윈스), 재크 페트릭, 우규민, 장필준(이상 삼성 라이온즈), 박세웅, 송승준(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수준급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도 '처음' 보다는 감흥이 덜했다. 정진기는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한 물음에 프로 데뷔 첫 홈런을 꼽았다. 4월 11일 인천 롯데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정진기는 첫 타석 볼넷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했다. 이어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송승준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예요. 멀티히트도 처음이었어요.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는데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이렇게 해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요. 그 기분은 어떤 것과도 바꾸지 못할 것 같아요"
▲ "가장 달라진 점은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점"
올시즌 전까지 정진기는 2군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1군과 2군 생활 패턴은 전혀 다르다. 퓨처스리그 경기는 대부분 오후 1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들 역시 이른 시간 일어나야 한다. 반면 대부분의 경기가 야간에 펼쳐지는 1군의 경우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정진기는 "일찍 일어나면 저녁에 피곤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늦게 일어나기도 하는 등 일부러 패턴을 맞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뿐. 더 이상의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을 이어가던 정진기는 하나를 떠올렸다. 부모님이 예전에 비해 정말 좋아하신다는 것.
9월 10일 인천 넥센전에는 '장한 아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트레이 힐만 감독은 선수들의 가족들을 모두 경기장에 초청했다. 선수들의 가족들은 경기 전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누볐다. 화순에 살고 있는 정진기의 부모님 역시 이날 새벽 출발해 경기장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SK는 17-8 대승을 거뒀다.
"부모님이 홈 구장에 오신 것은 처음이었어요. 광주 원정 때는 제가 2군에 내려가 있어서 기회가 없었고요(웃음). 그런 행사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아빠가 선수들을 워낙 좋아하셔서 다 소개시켜드렸어요"
정진기는 아버지와 '붕어빵'이다. 어린이날 홈 경기 전광판에 '아기 정진기와 아빠' 사진이 나올 때 '붕어빵 부자'라는 설명이 나왔을 정도다. 정진기는 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신인 때 정경배 코치님이 2군에 계셨어요. 2군 경기를 할 때 아빠가 오셨다는 말을 안했는데 코치님께서 '관중석에 있는 아버지 찾았다'는 말을 해주시더라고요"(웃음)
▲ 정진기가 꾸는 꿈, 호타준족
정진기는 올시즌 장타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비록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홈런이 11개였으며 2루타 5개, 3루타 1개 등 장타 비율이 높았다. 타율은 .234에 불과했지만 장타율은 .437로 2할 이상 높았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시절 정진기는 오히려 발에 더 자신있는 선수였다. 군 문제 해결 이후 체중이 10kg 정도 늘었지만 여전히 발에는 자신있다. SK의 스타일상 올시즌 도루는 4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실패는 단 하나도 없었다.
정진기는 다음 시즌 목표가 홈런 20개라는 것을 봤다고 하자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발보다는 파워에 중점을 두는 것이냐고 묻자 "둘 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호타준족이 꿈이다"라면서 "물론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기록은 아니지만 20-20, 더 나아간다면 30-30도 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도루에 대해서는 "팀이 뛰는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2루까지 갈 것을 3루까지 가는 등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단 이러한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정진기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내년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풀타임이 최우선 목표다"라며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선구안쪽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된 정진기'를 선보이기 위해 겨울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정진기는 내년 1월 초 최정, 이재원, 최항과 함께 괌으로 개인훈련을 간다. 정진기는 "(이)재원이 형이 '비행기값만 내고 오라'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진기는 인터뷰를 맺으며 팬들에 대한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올시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많은 힘이 된다. 앞으로 기대에 더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전했다.
[SK 정진기.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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