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 시즌부터 12명 모두 돌릴 계획을 세웠다."
DB에서 경기당 출전시간이 가장 긴 선수는 31분3초의 디온테 버튼이다. 전체 15위다. 그 다음이 27분49초의 두경민, 27분4초의 서민수, 26분20초의 로드 벤슨, 25분32초의 김태홍이다. 평균 10분~20분 출전하는 선수는 5명. 즉, DB는 10분 이상 나서는 선수만 무려 10명이다.
30분 이상 나서는 선수는 kt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고(1명), 10분 이상 나서는 선수는 가장 많다.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비교적 고르다. 베스트5-백업의 개념이 아닌, 10명 내외의 선수가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시스템이다.
이상범 감독이 오프시즌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이 감독은 "부임한 뒤 그렇게 하려고 했다. 멤버들을 보면 그렇다. 평소에 30분 이상 뛰었던 선수가 없다. 갑자기 30분 넘게 출전시키면 과부하가 걸린다"라고 말했다.
KBL에 혹사 논란이 거세다. 일부 팀의 베테랑,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출전시간이 길다는 주장. 그런데 혹사에 대한 기준은 불명확하다. 팀마다 사정이 있고, 선수들의 몸 상태, 캐릭터, 팀에서의 쓰임새가 다르다.
이 감독은 본인의 스타일대로 운용한다. 그는 "우리는 멤버구성을 볼 때 후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시즌 초반부터 철저히 출전시간을 안배했다"라고 말했다. 애버리지가 떨어지는 선수가 많은 현실, 두경민을 제외하고 주축 멤버로 뛰어본 선수가 거의 없는 현실(김주성, 윤호영은 애당초 감안하지 않았다), A매치 휴식기에 의한 유독 빡빡한 일정 등을 감안했다.
DB는 11월 29일 SK전부터 9일 KCC전까지 12일간 퐁당퐁당으로 6경기를 소화했다. 이 기간 성적은 4승2패. 성공적이다. 버튼을 제외한 주축들이 30분 이상 뛰지 않으면서 철저히 체력 안배를 한 덕분이다.
DB는 전원 얼리오펜스, 속공,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찬스가 생기면 주저 없이 슛을 던진다. 이 감독의 철저한 체력안배 덕분에 선수들이 코트에 있는 동안 최대한의 응집력을 발휘한다. 누가 투입되더라도 이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다.
DB는 9일 KCC전 초반 0-16까지 밀렸다. 4쿼터에 승부를 뒤집었으나 끝내 패배했다. 인상적인 건 이 감독이 베테랑 김주성과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윤호영을 철저히 아꼈다는 점이다. 김주성은 평소대로 3쿼터에 나섰다. 윤호영은 18분21초만 뛰었다. 올 시즌 평균(17분21초)보다 약간 더 많이 뛰었다.
이 감독은 "지금 오버워크가 걸리면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성이를 2쿼터에 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주성이와 호영이 출전시간은 철저히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령 눈 앞의 1경기를 져도, 시즌 전체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 감독은 자신의 선수기용 방식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기용 방식은 달라진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상대팀 약점을 파고 들어야 하는 무대다. 정규시즌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감독은 주축들에게 40분 가까운 시간을 내세우고, 식스맨들을 체력 안배용으로 조금씩 사용하는 감독들의 전략도 잘못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팀의 사정이란 게 있다. 평소 3~40분 뛰는 선수에게 체력안배 차원에서 20분만 뛰게 하면 오히려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감독이 인정하는 대목. 이 감독은 "정답은 없다. 다른 팀은 그 방식대로 존중 받아야 한다. 나는 비 시즌부터 준비한 방식대로 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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