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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현대건설의 라이트 황연주(32)는 지난 11일 흥국생명 홈경기서 연패 탈출의 주역이 됐다. 29.71%의 공격 점유율 속에 양 팀 국내선수 통틀어 최다인 25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한 것. 세부 공격을 살펴보면 44.23%의 준수한 공격 성공률로 전위에서 20점, 후위에서 3점, 서브로 2점을 기록했다. 4세트 26-26에서 나온 서브 에이스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황연주는 이날 감기 기운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워낙 수비가 좋은 팀이라 공격해도 계속 받아 올려서 힘들었다. 랠리가 많아 4세트를 하고도 5세트를 치른 기분이다”라고 털어놓으면서도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나른했는데 이로 인해 힘을 빼고 때려 더 잘 된 것 같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현대건설에게 전날 흥국생명전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만일 패했을 시 시즌 첫 3연패에 2위 IBK기업은행과의 격차를 승점 5점으로 놔둬야 했기 때문. 특히 현대건설은 시즌 초반 개막 4연승을 비롯해 9경기 7승 2패로 선두를 달렸기에 지금의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다행히 승점 3점을 챙겼고, 2위 IBK기업은행을 승점 2점 차로 추격했다.
베테랑 황연주도 연패 속에 고생이 많았다. 그는 “연패를 할 때 분위기가 좋은 팀은 없다. 계속 패하다 보니 선수들이 서로를 믿지 못했다. 시즌 초반엔 ‘이 선수가 결정해주겠지’라고 믿었지만, 최근엔 ‘이 선수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우려가 먼저 들었다”라고 설명하며 “오늘(11일)은 서로를 믿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잔소리보다는 하나라도 더 격려하면서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흐뭇해했다.
황연주는 최근 외국인선수 엘리자베스의 부진으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코트에 나선다. 전날 경기를 포함 최근 6경기 중 5경기서 2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으며, 7일 KGC인삼공사전과 전날 모두 20점 이상을 올렸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엘리자베스의 부진으로 황연주의 점유율이 높아진다. 잘해주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황연주는 이에 대해 “어차피 공격은 원래 하던 것이고 지금 정도의 점유율은 무조건 내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반응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라이트로서 부담도 갖고 있어야 한다. 동료들에게 나도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 본능을 적재적소에 뽐내는 게 공격수의 본능이다. 황연주 또한 최근 높아진 점유율에 신이 나고 있다. “공격수다 보니 재미를 더 느낀다”라고 운을 뗀 황연주는 “점유율이 높아지면 다양한 곳에 때리며 페인트 동작도 취할 수 있다. 그만큼 공격 패턴이 다양해진다. 좋지 못한 공을 처리하는 감각도 찾는다. 항상 20% 이상 점유하는 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황연주는 이와 함께 엘리자베스의 반등도 기원했다. 베테랑으로서 자신보다 8살 어린 외국인선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줄 법도 했지만 그는 “우리나라와 외국 문화는 다르다. 외국 선수들은 자꾸 이야기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의사소통이 정확히 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스스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또 엘리자베스가 안 될 때 내가 점유율을 가져가서 경기하면 된다. 충분히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오늘도 중요한 순간에 해줬다”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황연주는 향후 정규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1위를 하고 싶지만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될 것도 안 된다. 오늘도 힘을 빼니까 잘 됐다”라고 속마음을 전하며 “하다보면 따라갈 수도 있고 안 되도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오프 올라가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끝으로 “초반에는 우리가 웃으면서 밝게 잘했다. 많이 웃고 있다는 기사도 연이어 나왔다. 최근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확 떨어졌는데 다시 반등했다. 우리는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한다. 선수들이 함께 지금 상황을 이겨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황연주. 사진 = KOVO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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