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사회적 불의에 맞서는 한국형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염력’은 견고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속으로 뛰어들어가 좌충우돌 부딪히며 서서히 정의감을 갖는 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초능력 판타지로 담아낸 영화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던 슈퍼히어로가 이제야 찾아왔다.
10년전 집을 떠나 허름한 집에 혼자 사는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에게 어느날 갑자기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염력이 생긴다. 석헌의 딸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은 재개발과 철거로 위기에 처하고, 건설사의 홍상무(정유미)와 철거업체 민사장(김민재)은 더욱 가혹하게 밀어붙인다. 석헌은 루미와 정의로운 변호사 정현(박정민)과 함께 그들의 횡포에 맞서며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부산행’이 비극적인 세계관을 내포했다면, ‘염력’은 낙관적인 세계관을 품어낸다.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을 그려낸 점은 비슷하지만, 후자는 전자보다 희망의 가능성을 꿈꾼다.
‘염력’은 한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참사를 바탕에 두고 만화적 상상력을 작동시킨다. ‘만약 그때 그 순간에 슈퍼히어로가 있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국가와 자본의 결탁을 냉철하게 지적하는 한편, 사회적 아픔을 판타지로 위로하고 보듬어내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재개발과 철거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 ‘염력’은 곳곳에 코미디의 터치를 가미하면서도 극 후반부에 슈퍼히어로물의 스릴을 짜릿한 쾌감으로 발산한다. 초능력이 구현되는 시각효과 역시 풍부한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는 ‘부산행’처럼 부성애를 동력으로 삼는다. 딸에게 죄의식을 갖고 있는 석헌이 지난날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감흥을 자아낸다. 석헌은 어린 딸의 원망어린 눈빛을 잊지 않았다.
‘7번방의 선물’에서도 알 수 있듯, 류승룡은 부성애를 연기할 때 장점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염력을 사용할 때 코믹스러운 몸짓까지 더해 소박한 슈퍼히어로의 전형을 살려냈다. 심은경은 분노와 울분을 폭발시키면서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연기로 믿음을 준다. 정유미는 큰 소리로 웃어대는 악당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이기는 싸움과 지는 싸움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회적 약자가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염력’은 지는 싸움에 초능력을 불어넣는다.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상상력이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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