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SK는 3-2 드롭존을 실시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DB와의 챔피언결정 1~2차전서 3-2 드롭존을 사용하지 않았다. 드롭존의 핵심은 탑에서 로포스트까지 커버해야 하는 수비수다. 상대 매치업, 경기흐름에 따라 넓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 순발력, 스피드뿐 아니라 BQ도 중요하다.
SK가 수년간 드롭존으로 재미를 본 건 애런 헤인즈 덕분이었다. 영리한 헤인즈가 꼭지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헤인즈가 고양 오리온 시절이던 2015-2016, 2016-2017시즌에 SK가 고전한 건 헤인즈 없이 드롭존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SK 드롭존에 다한 파괴법이 많이 노출됐다. 스크린을 활용하거나, 탑에서 코너로 적절히 패스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 그럼에도 SK는 헤인즈가 컴백한 올 시즌 드롭존을 포기하지 않았다.
속공 위력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은 "드롭존을 해서 리바운드를 잡을 때 가장 좋은 속공 포지션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SK는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을 축으로 외국선수 테리코 화이트까지 속공 전개 및 가담이 뛰어나다. 상대에 점수를 내준 뒤 인바운드 패스를 시작으로 한 두 차례 패스에 손쉽게 득점을 일궈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 감독은 시즌 중 "첫 패스, 두 번째 패스에 대한 연습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SK는 부상으로 수술한 헤인즈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제임스 메이스가 대체 외국선수로 들어왔다. 문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1~2차전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롭존을 굳이 꺼내 들지 않았다. 어설프게 지역방어를 하다 상대에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것을 우려했다.
헤인즈 다음으로 발 빠르고 패스센스가 좋은 최준용이 탑에 설 수 있다. 그러나 문 감독은 "최준용이 탑에 서면 그만큼 리바운드를 잡는 게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물론 SK는 장신포워드가 즐비하다. 다만, DB 국내선수들 특유의 전투적인 리바운드 가담, 로드 벤슨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SK는 포스트시즌 개막 이후 드롭 존을 최대한 자제했다. 간헐적으로 사용한 지역방어는 2차전서 디온테 버튼의 개인기와 외곽포, 국내선수들의 득점을 돕는 날카로운 패스에 무력화됐다. 문 감독은 12일 3차전서도 드롭 존을 꺼내지 않을 듯했다.
아니었다. 문 감독은 승부를 뒤집은 4쿼터와 연장전서 주로 3-2 드롭존을 사용했다. 최준용과 안영준이 번갈아 탑에 섰다. 리바운드에 대한 불리함을 감안한, 일종의 승부수였다. 맨투맨만으로 DB 날카로운 외곽포와 연계플레이를 막을 수 없다고 봤다.
통했다. 김선형이 앞선에서 수 차례 DB의 볼 흐름을 잘라냈고, 4쿼터 초반 속공으로 연속 6득점한 뒤 화이트~안영준으로 이어진 얼리오펜스를 유도해냈다. DB는 결국 SK의 드롭존에 당황하다 연장전서 무너졌다.
개인기량이 빼어난 버튼은 지역방어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DB 이상범 감독은 3차전 직전 "자신이 알아서 동료를 돕고, 해결할 때는 해결한다.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감독은 "결국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말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우려가 현실화됐다. 3쿼터까지 호조였던 외곽포가 4쿼터에 침묵하면서 전체적으로 조급해졌고, 실수가 급증했다. SK 드롭존의 조직력은 헤인즈가 있을 때에 비해 그렇게 촘촘하지 않았다. 동선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장면이 있었고, 오픈 찬스도 수 차례 내줬다. 단지 DB의 오픈 외곽포가 승부처서 침묵한 게 컸다. 결국 DB는 SK 드롭존이 어려웠다기보다 슛 미스와 속공에 의한 SK 특유의 분위기 전환에 기세가 밀렸다고 봐야 한다.
이 감독은 3차전 직후 "SK 드롭존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크린과 몇 차례 패스에 의해 손쉽게 깰 수 있으니, 맨투맨을 뚫는 것보다 오히려 에너지 소모가 적다는 계산. 그는 "상대도 쉬면서 할 수 있지만, 우리도 쉽게 찬스를 만들 수 있다. 단지 슛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문 감독은 "드롭존이 잘 통해서 속공까지 나왔고,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라고 말했다. 4~5차전도 드롭 존을 사용할 게 확실하다. 그러나 DB는 어려워하지 않는다. 중반에 들어선 챔프전의 또 다른 변수다.
[SK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