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동은 감독이 또 한 편의 웰메이드 가족 드라마를 선사했다. 앞서 지난 2월 장편 데뷔작 '환절기'로 관객들은 물론, 평단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은 바 있다. '성 소수자'라는 묵직한 소재를 엄마(배종옥)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자극, 거부감 없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19일 개봉한 신작 '당신의 부탁' 역시 스토리가 범상치 않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30대 여성 효진(임수정)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은 남편이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종욱(윤찬영)의 엄마가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중학생 종욱을 떠맡게 되어 한 지붕 아래 생활을 펼친다.
그러면서 '환절기'와 마찬가지로 기존 작품에선 볼 수 없던 엄마의 얼굴을 보여준다. 가슴 절절한 모성애 대신 엄마를 한 인간으로서 객체화시키며 관객들의 눈물을 짜지 않고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당신의 부탁'을 통해 모성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 한 건 아니에요. 모성애를 신성시하지 않았죠. 저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사회가 모든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주변만 봐도 엄마랑 안 맞는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고, 떨어져 살 수도 있는 건데 우린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죠. 또 엄마란 한 명이지만 동시에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고정된 역할의 문턱을 낮추거나 강요 안하면 서로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어떤 대답을 주는 건 아니고 한번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바라보는 색안경을 한 꺼풀 벗겨냈다.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재혼 가족, 조손 가족, 한부모 가족, 동거 가족 등 여러 형태로 변형되고 있지만 여전히 무엇보다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를 꼬집었다. 효진 역의 임수정은 "현대 사회엔 다양한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 인식과 법 제도는 이에 못 쫓아가고 있다. 나도 '당신의 부탁' 출연을 계기로 이런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훗날 아이가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고, 이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달라진 인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신의 부탁'으로 어쩌다 엄마가 되고 어쩌다 아들이 되고, 이처럼 영화는 우릴 특수한 상황에 내몰지만 사실 그것이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한다. 다름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억지로 풀어내지도 않는다. 인정하는 것으로 담백하지만 더없이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하는 '당신의 부탁'이다. 끝끝내 효진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종욱, 그런 종욱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는 효진이지만 어쩐지 이들의 뒷모습에선 가족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보인다.
"효진과 종욱이 갑자기 행복하게 사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만의 색깔이 있잖아요. 둘만의 그런 색깔로 살다가 왠지 종욱이 일찍 독립할 것 같아요. 종욱이 효진에게 엄마라고는 안 부르겠지만 마치 친구처럼 서로 힘든 일 있으면 위로해주면서 잘 살아갈 것 같아요. 제가 열린 결말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이 왠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걸 좋아해요. '환절기' 역시 청주 어딘가에 가면 왠지 있을 것 같다고 느끼셨으면 했죠. 저들이 나와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요? '저거 우리 얘기 같다' 싶은 그런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욕심으로는 흥행 감독보다는 꾸준히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도록 노력 할 거예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명필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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