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레슬러’ 김대웅 감독(37)은 홍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졸업 무렵, 영화에 뜻을 굳히고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꿈을 키웠다.
“‘빌리 엘리어트’ ‘인생은 아름다워’가 인생 영화거든요. 저는 가족영화를 좋아해요. 동기들은 다르덴 형제 등 거장들의 작품을 좋아했거든요. 저 보고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씨'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09년 단편 ‘월세와 보증금’으로 호평을 받은 그는 영화 ‘카트’ 스크립터로 일하던 무렵, ‘써니’ ‘과속 스캔들’의 이안나 PD를 만났다.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사는 곳도 부천이어서 자주 만나 시나리오를 함께 수정했다. 8편의 시나리오 가운데 ‘레슬러’를 골라 본격적인 제작 준비에 착수했다.
“원래는 다이빙이 소재였어요. 그래서 수영과 다이빙을 배웠는데, 이안나 PD가 레슬링으로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레슬링을 배웠죠(웃음). 부상을 입어 그만 뒀지만, 레슬링 코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극중에서 귀보(유해진)는 아들 성웅(김민재)이 금메달리스트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옆집에 사는 성웅의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하면서 부자 관계에 갈등이 생기고, 극 후반부에 서로의 진심을 드러내며 폭발한다.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어요. 어머니는 제게 안정된 직장을 구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 갈등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는 다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도록 응원해주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귀보라는 이름은 아버님 성함이예요.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 실제 이름을 사용했어요.”
주인공 귀보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고민하다 유해진을 떠올렸다. 잘 생기고 멋있는 배우보다 친근하고 정이 가는 배우가 적역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외국에 체류 중이던 유해진은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 ‘레슬러’를 골랐다. “담백하고 깔끔하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타짜2’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안나 PD와의 인연도 작용했다.
공대 출신이라 수학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스승의 날(5월 15일)에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넨다. 벌써 결혼해 자식을 둔 제자도 제법 많다. 극중 가영이 귀보에게 “내가 열살이면 아저씨는 서른살이고, 내가 스무살이면 아저씨는 마흔살이고, 서른살이며 쉰살이 되고…처음엔 세 배 였는데, 그 다음에 두 배가 되고, 그 다음에 1.6배가 되고…”라는 대사는 수학 과외를 하다가 발견했다. 언젠가 써먹어야지 생각하다가 ‘레슬러’에 녹여냈다.
‘레슬러’가 한 집에 사는 가족 이야기라면, 차기작은 서로 흩어져 있는 가족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음악 로드 무비로 만들 계획이다. 차기작도 이안나 PD와 작업한다.
“제가 음악을 좋아해요. 직장인은 아니지만, 직장인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거든요(웃음). 앞으로도 가족, 휴먼, 코미디를 통해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