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대구 안경남 기자] A매치 데뷔전이란 게 믿기 힘들 정도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형들 보다 항상 한 발 더 뛰고, 또 뛰었다. ‘형’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공을 뺏기면 가장 먼저 달려 든 선수도 ‘동생’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성인 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승우의 A매치 데뷔전이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이승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종 엔트리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 무대에서 무언가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승우는 왼쪽 사이드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공격시에는 중앙으로 자주 치고 들어와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와 함께 삼각형을 구축했다. 그리고 짧고 빠른 패스로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비록 손발을 맞춘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패스가 빗나갔지만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빠르고 다이나믹한 공격 패턴이었다.
전매특허인 단독 돌파도 선보였다. 전반 17분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따낸 이승우는 40여m를 질주한 뒤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에게 패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막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어린 선수가 보여준 돌파는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전반 44분에는 손흥민이 공을 빼앗기자 곧바로 득달같이 달려 들어 공을 다시 탈취했다. 경기에 접근하는 이승우의 태도가 얼마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결승골도 이승우의 발 끝에서 나왔다. 후반 14분 이승우가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안으로 파고들며 손흥민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앞으로 질주했다. 순간 이승우에게 수비가 쏠리면서 손흥민에게 넓은 공간이 생겼고, 손흥민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온두라스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우는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월드컵을 앞둔 소감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이거 실화냐?”고 답했다. 성인 대표팀이란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데뷔전 활약만 놓고 보면 이승우의 월드컵 꿈은 실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평가전이었지만 이승우가 보여준 역동적인 에너지는 본선에서 3전 전패할 거란 대표팀을 향한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온두라스전은 그랬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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