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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미스 함무라비’가 전관예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19일 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 9회가 방송됐다.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이자 동명 원작소설 작가인 문유석 판사가 직접 대본까지 집필한 작품. 이날 방송에서는 법원으로서는 뼈아픈 문제일 수 있는 전관예우가 정면으로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브로커는 원고에게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랑 유일하게 막역한 사이”라며 “황말동(유형관) 그 사람 판사랑 형제랑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애매하고 복잡해서 판사 마음대로인 사건이다. 그래서 변호사가 중요하다니까”라며 3천만원을 요구했다. 한세상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황말동과 인연이 아닌 악연이라는 것.
재판이 시작됐고, 한세상은 다른 사건과 헛갈려한 황말동에게 면박을 줬다. 재판 중 임바른은 “잠을 잘못 잤나 목이 뻐근하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고, 박차오름(고아라)은 어이없는 해명을 하는 황말동의 말에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피고 측은 민사 44부를 오해했다. 황말동이 한세상과 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전관예우를 의심한 것. 피고 측은 “분명 저쪽 변호사가 말 같지도 않은 실수를 자꾸 하는데 재판장이 별로 야단도 안 치지 않습니까. 봐주는 거죠”, “언제부터 법원이 그렇게 친절했다고. 이게 다 전관이니까 봐주는 건데. 그러고 보니까 그쪽 배석 판사들도 좀 이상해. 아니 저쪽 변호사가 자기네 제품에 하자가 없다 어쩌고 하는데 남자 판사가 고개를 끄덕끄덕했잖아”, “우리 측 변호사가 반박을 하니까 그 여자 판사가 피식하고 웃었잖아요. 마치 비웃는 것 마냥”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전관예우임을 확신했다. 이와 함께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업계 1위 로펌에 사건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전관예우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부장판사들은 전관예우가 오해라며 기분 나쁜 기색을 내비쳤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차오름은 “과연 세상 사람들이 전부 바보여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믿는 걸까요?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해오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그랬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이후 분위기가 서늘해졌고, 감성우(전진기) 부장판사가 “초임이 시퍼렇게 소신이 뚜렷하기도 해야지”라며 날선 공기를 누그러뜨렸다.
감성우를 찾아간 박차오름. 감성우는 “칼에는 날카로운 예검이 있고 날이 무딘 둔검이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진짜 큰일을 하는 건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둔검”이라며 “예검은 쉽게 부러진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다. 박판사는 분명 큰일을 할 거다. 내 실력은 없어도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다니까”라고 박차오름을 다독였다.
‘예우’를 빗대 생각해볼 수 있는 사건도 있었다. 임바른은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박순천)를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응급환자가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 때 의사가 휠체어에 탄 번듯해 보이는 노신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임바른은 의사의 멱살을 잡으며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우리가 먼저 왔잖아!”라고 소리쳤다. 마음이 급한 임바른은 이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해 “네가 얘기 좀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고, 이에 임바른의 어머니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진료를 마친 후 의사는 임바른의 어머니가 요로 결석이며,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까 그 휠체어 탄 노인분 뇌혈관이 터져서 오신 거였다. 환절기라 응급상황에 놓인 분들이 많다. 전 지금 3일째 2시간씩도 못 자고 있고요. 판.사.님”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임바른의 눈에 응급실 내 풍경이 들어왔다. 응급실에는 많은 응급환자들이 있었다. 이 때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소리를 쳤다. 그는 앞서 임바른이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가 먼저 왔는데 왜 안 봐줘! 환자가 아프다잖아! 돈 있고 빽 있는 놈들만 먼저 봐주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 말에 임바른이 보호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바른은 울면서 “죄송합니다. 제가 옳지 못한 짓을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황말동이 수임한 사건은 피고 측 변호인이 바뀌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은 것. 새로 선임된 피고 측 변호인은 “저희들이 이번에 새로 선임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기일을 좀 더 넉넉히 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세상은 “3주가 넘는 시간이 있지 않았나. 이번 기일에 마친다고 예고도 했고”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사 44부에 전관예우는 없었다.
그렇다고 법원이 ‘청정구역’은 아니었다. 둥근 성품을 지녔을 뿐 아니라 박차오름을 따뜻하게 감싸줬던 감성우. 그는 박차오름에게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아주 훌륭한 사람이 하나 있다”며 “다름이 아니라 박판사 주심 사건 중에 아세아 화장품이라고 혹시 있지 않나? 다른 뜻은 없고 그저 기록이나 정확히 꼼꼼히 봐줬으면 해서”라고 말했다. 박차오름은 “부장님 지금 제게 청탁하시는 거예요?”라고 말했고, 감성우는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만 해달라는 말인데 무슨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해”라고 정색했다.
박차오름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감성우가 청탁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감성우에 대해 묻는 임바른에게 “이거 범죄에요. 아세아화장품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워서 여기저기 슬쩍 청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이거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을 알게 된 한세상은 감성우를 찾아갔다. 감성우는 “그게 그런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 대표 그 사람 아무 조건 없이 10년 세월을 친형제보다도 살갑게 저한테 잘 해준 사람”이라며 “저도 판사이기 전에 사람인데 어떻게 매몰차게 나 몰라라 하겠냐”고 덧붙였다. 한세상은 감성우가 한 대표에게 돈을 받은 사실까지 알게 됐고, “내가 그동안 사람을 잘 못 봤네”라며 자리를 떴다.
한세상은 수석부장(안내상)에게 찾아가 이번 일에 대해 전했다. 결국 감성우는 죗값을 치르게 됐다.
[사진 = JTBC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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