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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정공법을 택한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당한 1-4 대패를 복수 하는데 성공했다. 불과 한 달 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전격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일본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전술을 들고 나왔고 전반 3분 상대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를 살리며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에서 남미를 제압했다.
(일본 4-2-3-1 포메이션 : 1가와시마 – 19사카이, 22요시다, 3쇼지, 5나가토모 – 17하세베, 7시바사키 – 8하라구치, 14이누이, 10카가와(70”혼다) – 15오사코/ 감독 니시노 아키라)
(콜롬비아 4-4-1 포메이션 : 1오스피나 – 4아리아스, 23D.산체스, 3무리요, 17모히카 – 16레르마, 6C.산체스(퇴장), 21이스키에르도(70”바카), 20퀸테로(59”하메스), 11콰드라도(31”바리오스) – 9팔카오/ 감독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는 지난 해 4-4-2 투톱을 사용한 한국과 평가전에서 패했다.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한 한국은 손흥민, 이근호, 이재성, 권창훈을 활용한 빠른 카운터 어택으로 콜롬비아를 이겼다.
일본으로선 참고할 만한 경기였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전술로 경기를 시작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하세베, 시바사키)를 세웠고 측면에는 수비력이 좋은 윙어(하라구치, 이누이)를 배치했다. 그리고 공격은 빠른 원톱(오사코)과 역동적인 플레이메이커(카가와)를 내보냈다.
이날 일본은 10번 역할을 하는 카가와와 혼다 케이스케를 이원화했다. 이제는 전성기에서 멀어진 둘을 동시 기용하기에는 수비적인 부담이 컸다. 때문에 니시노 감독은 활동량이 풍부한 카가와를 먼저 내보내고, 발 끝이 좋은 혼다를 나중에 내보냈다. 그리고 둘은 일본이 넣은 두 골에 기여하며 콜롬비아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먼저 선발로 나와 70분을 뛴 카가와는 전반 3분 콜롬비아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의 월드컵 역대 두 번째 최단시간(2분 56초) 퇴장을 이끌었다. 또한 직접 키커로 나선 페널티킥 선제골까지 터트렸다.
카가와는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잡지 않고 논스톱으로 전방에 있는 오사코에게 연결했다. 이 동작이 매우 중요했다. 아마도 카가와가 공을 소유하려고 했다면 그를 압박하기 위해 달려 나온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카가와의 패스에 역동작이 걸린 콜롬비아 수비는 광활한 뒷공간을 내줬다.
순간 전방에 있던 오사코가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다빈손과 경합을 펼쳤고 슈팅까지 연결했다. 그리고 다비드 오스피나 골키퍼나 쳐낸 공을 뒤따라오던 카가와가 재차 밀어 차는 과정에서 산체스의 오른팔에 공이 맞고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사실상 카가와가 다 만든 거나 다름 없다.
콜롬비아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퇴장으로 10명이 되자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빠르게 변화를 시도했다. 전반 31분 ‘윙어’ 콰드라도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바리오스를 투입한 뒤 ‘공격형 미드필더’ 퀸테로를 콰드라도 위치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8분 뒤 퀸테로의 감각적인 프리킥 동점골이 터졌다.
일본으로선 추가골 기회를 놓친 대가가 컸다. 또한 수적인 우위에도 점유율을 살리지 못하면서 콜롬비아에게 계속 찬스를 내줬다. 전반에 ‘11명’ 일본이 ‘10명’ 콜롬비아보다 패스는 겨우 7개 더 많았고 슈팅도 5 대 5로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콜롬비아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퇴장 이후 4-4-1 포메이션을 유지하던 페케르만 감독의 공격적인 교체도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악효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공격형 미드필더’ 하메스와 ‘공격수’ 바카가 들어오면서 4-2-3 포메이션이 됐다. 당연히 수비에 과부하가 걸렸고 선수들의 동작이 느려졌다.
그사이 니시노 감독은 카가와를 불러 들이고 혼다를 투입했다. 수적 우위에도 니시노 감독은 4-2-3-1 대형을 그대로 가져갔다. 카가와가 혼다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그대로 유지됐다. 차이는 혼다에서 시작된 세트피스다. 교체로 들어온 지 3분 만에 혼다가 코너킥을 올렸고 오사코의 헤딩 결승골이 나왔다.
혼다가 전성기 만큼의 개인 기술과 역동성을 보여줄 순 없지만, 타고난 발 끝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니시노 감독이 남은 20분을 혼다에게 맡긴 이유다. 적어도 현재 일본 대표팀에선 혼다의 왼발이 세트피스에서 차이를 만들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카가와와 혼다를 선발과 교체로 활용한 일본의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70분을 뛴 카가와는 상대 퇴장을 유도하며 콜롬비아전 승리를 설계했고, 교체로 20분을 뛴 혼다는 결정적인 코너킥으로 결승골을 도우며 콜롬비아의 추격을 뿌리쳤다.
[사진,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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