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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를 거쳐 '수미네 반찬', 올리브 '밥블레스유'에는 시니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73세 막내 김용건의 투입으로 평균연령 78.8세의 어르신들이 '꽃할배'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떠나는 배낭여행 '꽃보다 할배'부터 손맛에 욕맛이 추가돼 더 맛깔나는 요리가 완성되는 '수미네 반찬', 5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최화정이 활약하는 '밥블레스유'까지 마이데일리 신소원·명희숙·이예은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워라밸(Word-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말)이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여행은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여행을 소스로 삼은 예능의 증가도 이러한 흐름에 큰 공을 세웠고 지난해에만 해외여행을 떠난 남녀는 2400만 명(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발표 기준)을 넘어섰다.
은퇴 세대 또한 점차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지만 점유율은 단연 2, 30대가 압도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배우 이순재(84세), 신구(83세), 박근형(79세), 백일섭(75세), 김용건(73세) 평균 나이 78.8세의 '할배'들의 기분 좋은 여행 반란이 반갑다. 2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3년 만에 다섯 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연신 tvN 예능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던 효자 프로그램의 귀환이다.
나영석 PD의 기획으로 2013년 첫 선을 보인 '꽃보다 할배'는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삼아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2013년에서 선보인 시즌1 프랑스, 스위스 편이 인기를 끌자 나PD는 시리즈화 시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의 스핀오픈도 제작했으며 오리지널 '꽃할배' 시즌2에서는 대만, 시즌3는 스페인, 시즌4에서는 그리스를 여행했다.
외국 여행 속 만연하게 느끼는 고충 등을 웃음으로 풀어낸 점,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생경하면서도 황홀한 외국의 풍경은 시청자에게 볼거리와 감정의 치유를 함께 선사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노년 배우들의 호기로움과 연륜이 시청자들의 가장 큰 만족을 샀다. 이전까지 드라마, 영화 등의 작품 이외에 노출 빈도가 낮았던 그들의 반전 이미지는 기존 시청자들이 '어른'을 향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이나마 거두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나PD는 '국민 배우'였던 그들을 예능으로 끌고 오는 과감함을 보였고 진중하고 깍듯한, 근엄하기만 했던 기존 구도를 벗어던지고 귀엽고, 산뜻한 면모를 부각시켰다.
삶의 경험이 진득하게 묻어난 '할배'들의 내공 가득한 대화와, 생각의 전환을 보는 과정은 재미를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다. 출연진이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어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꼰대 마인드' 대신 오픈 마인드를 지닌 그들에게서 '진짜 어른'을 읽었다.
프랑스 편의 신구 모습을 떠올려 보자. 당시 76세의 그는 홀로 여행 중인 20대 여성을 향해 걱정과 타박의 말을 뱉지 않았다. "내가 젊었을 땐 말이야…" 대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젊은 피의 용기를 무모하다 하지 않고 대담하다 치켜세웠던 신구는 배움과 공감의 경계가 없었던 어른이었다.
스페인으로 떠나는 길의 이순재는 어떠했는가. 이순재는 가는 비행기 안에서 쪽잠도 자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다. 지도를 들고, 회화책을 뒤져가며 주체적인 여행을 완성했다. 불가항력적인 체력 소모에만 '짐꾼' 이서진에게 기댔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 행세하고 대우 받으려 주저앉으면 늙는 것이다. '아직도 60이다' 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이순재가 행하는 배려였다.
아내밖에 모르는 '로맨티스트' 박근형, 귀여운 '막내' 백일섭 또한 의미 없는 으름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할배'들이다. 네 사람은 유대 관계, 존중, 정 등 한국적인 정서에 그치지 않고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구태의연한 '권위'라는 프레임을 지워냈다. 올해 시즌5의 동유럽은 '진짜 막내' 김용건도 함께 갔다. MBC '나 혼자 산다' 등의 예능을 통해 트렌디한 센스를 입증한 김용건의 합류는 활기를 더욱 불어넣는 또 하나의 방점이 됐다.
27일 진행된 '꽃할배'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PD는 "김용건 선생님은 하루에 농담을 1000개 이상은 하시는 것 같다"며 "예전에 선생님들이 여행하실 때는 말보다 마음으로 바라보셨는데 이번에 김용건 선생님이 합류하시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말씀을 많이 하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덕에 더 즐거운 여행이 됐다"고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인=꼰대' 공식이 매번 성립하는 건 아니었다. 실버 예능에서 젊은 세대의 시선을 도리어 비튼 것,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됐다. 아름다운 황혼의 일면은, 그래서 청춘이었다.
[사진 = tvN 제공,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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