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조별리그 2연패로 코너에 몰렸던 한국 축구가 세계 1위 독일을 꺾고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카잔의 기적’이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는 대한축구협회의 ‘명분’이 되어선 곤란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치러진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승 2패(승점3)를 기록한 한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이상 승점6)에 밀려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쁘지만 마음 속에 허한 면도 있다.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내내 응원보다 비난 여론과 싸워야 했던 대표팀은 벼랑 끝에서야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냐’는 지적은 대표팀이 제대로 된 월드컵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에 2-0으로 승리했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초반 2경기를 망치고 마지막에 젖 먹는 힘을 쏟아 희망을 줬다. 단 두 번 16강에 올랐던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만 빼고 매번 그랬다.
그럴 때마다 축구협회는 감독을 자르고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도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전 승리로) 또 다시 (축구협회가) 적당히 덮고 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독일을 이겼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독일전 승리는 선수들의 투혼으로 만든 것 뿐이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반복했다. 홍명보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여론에 못 이겨 외국인 감독을 데려왔지만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이 부진하자 다시 소방수를 구했다.
그리고 ‘독이 든 성배’를 자처한 신태용 감독은 최종예선에서의 부진과 부상 악몽으로 월드컵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상 벼락치기로 대회에 임한 탓에 우리 축구는 하지 못하고 전력 숨기기에 급박했다.
모든 건 4년 계획 조차 밀고 나가지 못하는 협회의 무능함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협회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 외국인이든, 국내 감독이든 선임 후에는 4년 동안 무조건 맡겨야 한다. 그래야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독일전 승리로 최악이었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든 상태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는 축구협회의 명분이 되어선 곤란하다. 팬들도 승리에 취해선 안 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에 또 한국 축구는 ‘실패’할 것이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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