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말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
박차순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에 남아 있었다. 한국어를 다 잊었지만, ‘아리랑’ 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서투른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아리랑’ 곡조에는 한민족의 아픔이 서려있다.
영화 ‘22’는 중국 내 생존해 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숫자다. 2014년 촬영 당시 22명이었지만, 2018년 8월 기준으로 6명만 살아있다. 궈커 감독은 이제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22명의 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의 한맺힌 증언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차분하게 일상을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강한 울림을 준다. 한국인 박차순, 이수단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동시에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 바라는 평화의 외침이다.
‘22’는 증언의 힘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2017년 8월 14일 ‘세계 위안부 기림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5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더 늦기 전에 증언을 기록해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제작진과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떠올려 죽을 힘을 다해 증언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이에 우리가 있다. ‘22’를 보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지 않고 가해자를 잊지 않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장례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난다. 겨울에서 다시 겨울로 돌아온다. 피해자의 아픔은 여전히 차디차다. 소리 없이 내리는 흰눈이 무덤에 쌓인다. 얼어붙은 눈을 녹이고 따뜻한 새싹을 틔워내는 일은 살아남은 자들의 역사적 의무일 것이다.
‘22’는 오는 8월 14일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개봉한다. 이날은 1991년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1924~1997) 할머니가 약 반세기 동안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이다.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하는 ‘기림일’에 ‘22’가 찾아왔다. 중국에 이어 한국이 응답할 차례다.
[사진 제공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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