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후광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동열호가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반성과 각성으로 보낸 6일의 시간이 금메달을 부를 수 있을까.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프로 선수로만 24인 엔트리를 구성한 팀이다. 대만은 프로 선수가 단 7명에 불과하며, 일본은 프로 없이 전원 사회인 선수로 엔트리를 꾸렸다. 대만, 일본의 실업야구 저변이 넓다고 하나 그래도 한국의 손쉬운 금메달이 예상됐다. 양현종, 박병호, 김재환, 이정후, 정우람 등 드림팀을 이룬 한국은 이번 대회 최고의 강팀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 흐름이 전개됐다. 첫 경기부터 대만에게 1-2 충격패를 당했고, 최약체 홍콩을 만나선 정규이닝을 모두 소화하는 굴욕을 맛 봤다. 역대 국제대회서 홍콩을 콜드승으로 이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슈퍼라운드서 일본을 꺾고 한숨을 돌렸지만 약체 중국과 또다시 9회를 온전히 치렀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변수가 많은 종목이지만 전력 차를 감안한다면 홍콩, 중국 등은 가볍게 콜드승으로 눌렀어야 했다.
야구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거쳐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관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FA 시장에선 4년 150억원이라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액이 등장했다. 그런 한국 야구가 대만합작금고 소속의 투수에게 고전하는가 하면 최약체 홍콩에게 경기 도중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일이었다.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오는 길은 반성과 각성의 연속이었다. 자만심에 취했던 선수들은 “져도 잃을 것이 없다”는 상대의 호기에 일격을 당했다. 금메달을 따도 본전인 상황에서 선수들의 부담감은 커져만 갔다. 그 동안 한국의 금메달 청부사였던 손아섭은 중국전에 앞서 14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겪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모든 플레이 자체가 경직돼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도달한 한국이다. 선수들에게 대만전 패배는 자만심을 한층 억제시키는 값진 계기가 됐다. 박병호는 “선수들이 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다. 더 이상 후회랑 반성이 남는 경기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다들 똘똘 뭉치고 있다”고 했고, 이정후는 “우리가 편하게 경기할 상황이 아니다. 상대가 약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선동열호의 각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AG 야구대표팀이 30일 오후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진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의 경기에서 5-1로 승리한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인도네시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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