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또 한 명의 재기발랄한 신인 감독이 영화판에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협상'의 이종석 감독.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배우 손예진과 현빈을 나란히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협상가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워 극장가에 풍성함을 더했다. 영화는 19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역주행에 성공, 현재 174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만 스코어를 향해 질주 중이다.
톱스타 손예진과 현빈의 후광에만 기대지 않고 참신한 연출력으로 색다른 재미의 범죄오락물을 선사, 장기 흥행을 이어가게 했다. 생소한 '이원 생중계 촬영 기법'을 과감히 전면에 도입한 신인 감독의 패기가 한몫 단단히 한 것이다. 이처럼 이종석 감독은 '국제시장' 조감독, '히말라야' 각색에 참여하며 쌓아온 경력을 발휘해 성공적인 연출 입봉의 꿈을 이뤘다.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연출 데뷔작을 뻔한 이야기로는 가고 싶지 않았죠. 계속 고민하던 와중에 제작사 JK필름으로부터 '협상'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게 된 것이에요. 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레퍼런스 삼을 만한 작품이 없지 뭐에요? 힘든 작품이라서, 오히려 해보고 싶더라고요. 연출자로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팔자가 뭐든 편하게 하면 뒤끝이 영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출발한 '협상'은 선입견을 보기 좋게 뒤엎고 우리가 몰랐던 협상가의 세계를 스크린에 옮겼다. 냉철할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손예진의 표현대로 "뜨거운 협상관 하채윤"을 탄생시켜 울림을 전했다. 사명감을 가진 동시에 따뜻한 인간애를 갖춘 면모가 인상적이다.
약 2년간 공들인 끝에 '협상'을 완성한 이종석 감독은 "현실에서 발을 떼고 싶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협상관은 차갑고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들은 아니라고 봤어요. 이와 관련한 전문 서적 30권 정도를 읽으면서 느낀 건 협상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마주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는 거에요. 단호하게 맞서서야 어떻게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을 수가 있을까요. 실제로 협상가들이 그렇게 냉철하기만 하진 않거든요. 제가 직접 만난 협상 전문가들은 영화 속 하채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인질범의 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원하는 협상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커지기에 충분히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거죠."
그가 '협상'으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진심'이었다. 이종석 감독은 "이 영화가 진심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 말이다. '민태구는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속단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거다. 이건 잘못된 부분이지 않나, 하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받아가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감독을 오래 해서 많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은 전혀 다른 직업이라는 걸 배웠어요. 내 몸은 1층에 있어도 2층에 있는 사람을 마치 3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다각도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더라고요. 하하. 이론으로 잘 안다고 한들 협상가가 아니듯이 영화도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일이니까요. 감독은 외롭다고 하잖아요.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나밖에 없다는 외로움도 느꼈고 연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해 어떤 식으로 연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됐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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