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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나라 기자]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혔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2전시장 이벤트룸에선 이창동 감독의 '필름메이커 토크' 행사가 열렸다.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진행 아래 이창동 감독이 영화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창동 감독은 '버닝' 프로젝트의 첫 출발에 대해 얘기했다. '버닝'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
그는 "일본 NHK 방송사의 제안에 의해 영화화를 하게 됐다. NHK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들을 동아시아 감독들의 연출로 영화화하는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먼저 나한테 이를 제안했었다"라며 "하지만 당시 나는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렵다고 고사했었다. 이후 프로듀서로 참여를 부탁받았고, 그렇다면 젊은 감독에게 연출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아 '버닝'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그러나 일본의 시스템은 한국과 달리 굉장히 차근차근, 장기간 진행되기에 두 젊은 감독이 시도했다가 결국 못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3년 동안 나와 같이 작업했던 오정미 작가가 우리가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하더라. 사실 처음엔 내가 왜 이걸 해야하나 의아한 생각을 가졌었는데 다시 작품을 읽어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출을 맡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늘 분노에 관한 주제로 영화를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었다"라며 "세계 어디를 가도 요즘 사람들은 다들 분노하고 있다. 국경, 인종, 계급 차이 없이 누구나 자신들 입장에서 말이다. 이게 요즘 세상의 중요한 화두라고 느껴졌다"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은 겉으로 보면 분노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지이만 뒤집어 보면 분노의 감정이 깔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나 역시 이제 막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처럼 과연 어떤 영화를 갖고 관객들과 소통해야 할까, 항상 고민 중이었다"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예술영화까지 직접 체험이라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버닝'으로 관객들에게 다른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헛간을 태우다'가 이에 접근하기 좋은 자료라고 봤다. 서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조금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기능 또한 영화 매체의 무시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동 감독은 "'버닝'을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 놀란 부분이 있다. 종수(유아인) 삶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꽤 있더라. 그 관객들의 생각은 내가 나이가 든 사람이니까 젊은 사람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왠지 모르게 자기와 다른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내 자식도 그렇더라. 한 아파트에서 태어나 단지만 옮겨가면서 몇 십년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간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은 영화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관객과의 소통의 문제에 있어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통로를 낼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버닝' 흥행 실패에 관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버닝'은 관객들이 쉽게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결과는 더 좋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상업적인 결과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다"라며 "관객들이 호의적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버닝'이 여러 가지 고민,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긴 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현실은 냉정했다라고 말할 수 잇겠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이창동 감독은 한 영화팬에게 "올해 칸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수상이 불발됐다. 여성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려서였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돌직구 질문에도 답했다. '버닝'은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제 심사라는 건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라며 "그 결과에 연연하고 아쉽게 생각하는 건 복권 안 됐다고 아쉬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별로 도움 안 된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 영화가 반여성적인 영화도 아니고 여성 심사위원들 때문에 못 받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버닝' 속 여주인공 해미(전종서)는 자기만의 삶을 추구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소문은 그냥 우스갯소리로 나왔던 것 같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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