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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나라 기자]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과 관련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2전시장 이벤트룸에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이창동 감독의 '필름메이커 토크'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진행 아래, 영화팬들과 만나 '버닝'과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지난 2010년 영화 '시'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연출작이다. '시'로 제63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의 쾌거를 얻은 데 이어 '버닝'으로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버닝'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이창동 감독만의 색깔을 버무려 완성했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냐고요? '시'를 선보인 뒤 '버닝'을 내놓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그동안 놀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이제 막 자기 이야기를 쓰려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처럼 내가 과연 어떤 작품을 갖고 관객들과 소통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죠. 저한테는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이창동 감독은 "남들이 보기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전혀 끌리지 않았다. 이걸 내가 꼭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어 막판에 보류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헛간을 태우다'를 만났고, '버닝'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 못한 속내를 드러냈다.
'버닝'은 자신을 환기시킨 작품이기도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야기, 영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는 그의 뜻을 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제가 생각하기엔 관객분들이 갈수록 영화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욕망에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세계적인 추세가 관객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하게 하는 그런 문법의 영화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예술영화까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이창동 감독은 "게임과 같은 가상 현실에 길들여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추세라는 것"이라며 "직접 체험, 이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만 영화의 또다른 개념은 조금 물러서서 관람하면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비판하든 성찰하든 좀 더 감정이입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서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바깥에서 서사를 느껴야 한다”라며 "영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여느 작품들과 다른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버닝'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 놀란 부분이 있어요. 종수 삶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 관객들의 생각은 내가 나이가 든 사람이니까 젊은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 자식이 그 나이대이고 또 내가 젊은이들과 같이 학교에서 굉장히 오랜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더 근본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작가가 세대,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창동 감독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까요?”라며 "이런 본성은 본질적으로 통하는 게 있다고 본다. 영화에서 나오는 유아인은 농촌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공간에서 생활한다. 실제로 그런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이 한 아파트에서 태어나 단지 내에서만 옮겨가며 몇 십년을 살았다고 다름을 이해 못하는 것 같다. 내 자식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자신과 다른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런 점들은 영화하는 사람들이 관객과의 소통의 문제에 있어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느낀다.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통로를 낼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영화 '버닝'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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