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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미쓰백’의 한지민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단아하고 청순한 미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누군가 다가가면 앙칼지게 방어태세를 취할 것 같은, 상처로 가득한 야생동물 같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김시아)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한지민이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외롭게 살아가는 백상아를 연기했다.
한지민의 모습을 그야말로 ‘강렬 변신’이라 말할 만하다. 거친 피부, 푸석거리는 노란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 딱 붙는 치마, 아찔한 구두 등 비주얼부터 시선 강탈이다. 여기에 입에 베어 문 담배와 흡사 세상에게 내뱉는 듯한 침, 까칠하면서도 날선 말투와 욕설 등 청순의 대명사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며 이미지에 대한 부분을 꾸준히 고민해왔어요.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느 순간 갈증을 느꼈던 것 같아요. 대중 분들이 떠올리시는 이미지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 과대포장 돼 있기는 해요. (웃음) 애써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떤 역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언제까지나 걱정과 우려 때문에 도전 못하면 안 되는 부분이잖아요. ‘미쓰백’에서 등장부터 담배를 피거나 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시더라도 몰입이 되지 않으면 실패하겠다’는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고민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차곡차곡 쌓아 스크린 속에 펼쳐낸 백상아는 등장부터 충격적. 찰나의 충격을 감당하고 나면 새로운 한지민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된다. 자신의 숙제를 해소했냐는 질문에 한지민은 “막상 할 때는 너무 재미있었어요”라며 웃었다.
“안 해봤던 것들을 해보면서 저에게 없는 모습들을 찾아내고 끌어올리는 작업들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언론배급시사회를 앞두고 나서는 굉장히 부담되더라고요. 새벽 3시 반부터 깨서 잠을 계속 못 잤어요. 그래도 그간 올라온 리뷰에 걱정보다는 칭찬의 글을 많아 그나마 안심이 되긴 해요. (웃음) 새로운 걸 해 연기하는 내내 행복했어요.”
그 시기 인연이 닿아야 작품과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한지민은 이 때가 아니었으면 ‘미쓰백’에 출연하지 못했을 거라 털어놨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작품이 다가왔다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라고.
“2~3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으면 ‘무서워요’, ‘못할 것 같아요’라고 했을 것 같아요. 선뜻 ‘새로운 거니까’라며 하기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미쓰백’처럼, 운명처럼 다가온다면 그런 도전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사표’, ‘개념배우’, ‘청순의 대명사’로 알려진 한지민. 이번 작품에서 상반된 인물을 연기한 만큼 그의 이미지에 대한 질문도 뒤따랐다. 이에 한지민은 과대포장 된 이미지라며 웃어보였다.
“예전에 어떤 포토그래퍼 분을 사적으로 만났는데 그 분이 함께 작업했을 때 제가 예민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땠냐고 물었더니 ‘성격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조용했다’고 하셔서 ‘저도 낯은 가려요’라고 했어요. (웃음) ‘천사다’ 그런 이미지나 수식어가 있다 보니 예전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며 성격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요. 한 매니저와 15년 이상 일을 하다 서른 살 때 회사를 바꾸며 독립을 했어요. 성격도 씩씩해지고 외향적이 되다 보니 그 전에 마냥 몰라 지금보다 순진했다면 지금은 착한 사람에게는 좋고, 아닐 경우에는 목소리도 내곤 해요. 그런데 순한 사람으로 포장돼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럼에도 인터뷰를 하는 한지민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던 그 모습. 마음 따뜻하고, 밝으며, 친근했다.
“제가 어려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20대 때는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웠어요. 집에만 있었고요. 서른 살에 매니저님과 헤어지고 다른 세상에 나와 보니 제가 세상을 늦게 안 느낌이 있더라고요. 젊은 시절 작품 외에 해본 게 너무 없기도 하고요. 제 젊은 시절을 돌려주지는 않잖아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지내는 편이에요.”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CJ ENM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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