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고통 받는 ‘지은’이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한지민의 이 말처럼 영화 ‘미쓰백’은 우리 주변에 지은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영화다. ‘아동 학대’라는 소재가 일부 관객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왜 우리가 이러한 일들을 외면하면 안 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미쓰백’은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맞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어린 시절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전과자가 되고 만 백상아. 의도치 않은 결과였지만 세상은 힘 있는 자의 편을 들어줬고, 백상아는 세상과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지은.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지은에게 자꾸 눈길이 가게 되고, 결국 세상 대신 자신이 ‘행동’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은 지은에게 너무나도 무심하다. 지은을 데리고 파출소를 찾아간 백상아. 이런 그에게 지은은 “저기 가면 또 집에 보낼 테니까”라고 말한다. 이미 파출소에 도움을 청했지만 집으로 되돌려진 경험이 있는 것. 너무 적은 센터의 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모습도 우리의 현실을 대변한다. 여기에 아이가 다시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센터 사람들이 방문할 날짜를 예고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력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더불어 폭력의 대물림이 얼마나 무서운지 결과를 불러오는지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배우들의 연기로 정점을 찍는다. 가장 극명한 변화를 보여준 한지민부터 ‘천재 아역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김시아까지, 명연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한지민은 이번 영화를 통해 파격적인 모습들을 펼쳐 놓는다. 평소 청순미 넘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척박하게 살아온 백상아의 모습 그 자체다.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하며 거리낌 없이 침을 탁탁 뱉는, 갑옷과도 같은 붉은 립스틱에 푸석한 피부와 노란 탈색 머리를 한 그의 모습은 백상아다. 외적 모습뿐 아니라 러닝타임 내내 극을 지배하는 감정연기를 선보이는데, 농도가 짙지만 과하지 않아 배우 한지민의 진가를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한지민의 인생 캐릭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학대 받는 아이 지은을 연기한 김시아는 천재 아역이라 부를 만하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눈빛 하나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될 성 부른 떡잎’의 모습을 보인다. 이와 함께 지은의 친부 김일곤과 내연녀 주미경 역을 맡은 백수장과 권소현은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 덕분에 분노유발자로 활약하며, 믿고 보는 배우 장영남과 김선영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김선영의 경우 무거운 분위기의 ‘미쓰백’을 유쾌하게 만드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1일 개봉.
[사진 = CJ ENM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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