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 포워드 함지훈(34, 198cm)이 흔치 않은 버저비터를 연출, 화제를 모았다. 스스로도 “선수 생활하는 동안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행운의 슛”이라며 웃었다.
함지훈은 지난 2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출장, 21m 거리에서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
버저비터는 2쿼터에 만들어졌다. 2쿼터 종료 직전 라건아의 패스를 받은 함지훈은 수비진영 자유투라인 부근에서 슛을 시도했고, 이는 깔끔하게 공격진영에 있는 림을 갈랐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거리는 21m. 김용식(당시 나산), 정훈(당시 KCC), 김지완(당시 전자랜드)과 더불어 역대 공동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KBL 출범 후 통산 5,608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21m 이상 거리에서 버저비터를 넣은 것은 함지훈이 11번째 사례다. 그만큼 흔치 않은 기록이다. 1위는 조동현 현대모비스 코치가 인천 신세기 소속이던 2001년 2월 27일 청주 SK(현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기록한 25m. 이에 대해 전하자 함지훈은 “코치님 앞에서 버저비터 자랑하면 안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각 팀들은 훈련 때 종종 하프라인에서 슛으로 내기를 한다. 선수들 사이에선 일명 ‘장포’라 불리며, 마지막까지 슛을 못 넣은 선수가 야식이나 커피를 계산한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구단 차원에서 상품권을 걸고 ‘장포’를 하는 팀도 있다.
함지훈은 현대모비스 내에서 양동근과 더불어 ‘장포’에서 재미를 봤던 선수다. 하지만 정규경기뿐만 아니라 연습경기를 통틀어 21m 거리에서 슛을 성공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들어갈 거라곤 생각 못했다. 포물선을 보며 ‘설마’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림 정도만 맞을 줄 알았다”라고 버저비터 장면을 회상한 함지훈은 “버저비터는 당연히 처음이다. 내가 마지막에 슛을 던질 기회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팀도 버저비터와 인연이 없다. (양)동근이 형이 다른 팀은 림이라도 맞추는데 우리는 림도 못 맞춘다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팀에 17점차 리드를 안기는 버저비터였던 만큼, 웬만한 선수였다면 동료들과 호쾌한 세리머니를 즐겼을 터. 하지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함지훈에게 세리머니는 사치였다. 가족들만 웃으며 버저비터를 만끽했을 뿐이다.
“(이)종현이가 들어간 후 ‘멍’ 때리고 있는 내 표정이 웃겼다고 하더라. 그게 중계카메라에 안 잡힌 게 아쉽다던데, 실제로 내 기분이 그랬다. 그냥 멍했다.” 함지훈의 말이다.
함지훈은 이어 “세리머니는 나와 안 어울린다. 아직 2쿼터였고, 점수 차도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다. 승부처였다면 발광(?) 했을 텐데…(웃음). 그래도 선수생활하며 한 번 할까 말까한 행운의 슛을 넣어 의미 있다. 한 번 맛을 봐서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욕심을 갖고 던져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건아, 문태종을 영입해 ‘우승후보’로 꼽혔던 현대모비스는 순항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서울 SK에 76-86으로 패, 개막 6연승에 실패했지만 28일 KGC인삼공사를 102-81로 꺾으며 단독 선두를 지켰다.
함지훈은 “SK전은 맥없이 당한 패배였다. 라건아에게 상대의 협력수비가 들어갔을 때 외곽에서의 움직임이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몸도 무거웠던 것 같다. 잘 나가다 보니 방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 패배로 선수들이 정신을 차렸고,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김시래, 문태영을 영입한 2012-2013시즌에도 ‘판타스틱4’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선수층을 구성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리카르도 라틀리프(현 라건아)를 제외한 외국선수 드래프트 패착, 신인 김시래의 더딘 적응 등으로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결국 SK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당시보다 화려한 전력을 구성한 2018-2019시즌에 ‘모벤져스(모비스+어벤져스)’로 불리고 있다. SK에 밀려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던 ‘판타스틱4’ 시절과 달리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승수를 쌓고 있다.
“2012-2013시즌에는 (이)종현이가 없었고, 라건아도 당시와 비교하면 노련해졌다. 컨디션 안 좋은 선수가 있다 해도 뒤를 받쳐주는 선수층이 두껍다”라고 운을 뗀 함지훈은 “‘모벤져스’ 포스터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사진을 단체대화방에서 공유하며 웃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한 2004-2005시즌 이후 최소 세 시즌에 한 번은 챔프전 우승을 차지해왔다. 연달아 우승에 실패한 시즌은 길어야 두 시즌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KBL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한 2014-2015시즌 이후에는 3시즌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유재학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3년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라는 농을 던진 이유다.
이에 대해 전하자 함지훈은 “그럼 이제 우승할 주기가 지났다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우승해본지 오래되기도 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감독님 말씀대로 나도 오랜만에 우승 좀 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함지훈(상), 현대모비스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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