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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숙대 앞 청파동 피자집에는 온기(溫氣)가 없다.
지난 2일 밤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서는 서울 청파동 하숙골목의 피자집 솔루션이 진행됐다. 하지만 보는 내내 피자집 사장의 태도는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날 피자집은 숙명여대 대학생 10명이 시식단으로 등장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조보아와 만난 피자집 사장은 "새로운 음식을 준비했다"며 "'잠발라야'라고 한다. 미국 남부 지역의 음식들이다. 또 멕시코풍의 닭국수도 준비했다. 이 음식은 전에도 해봤고 회전율도 빠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피자집 사장은 또 "인터넷을 검색해봤는데 벌써 제가 떠오르는 별이더라. 홍탁집 사장님에 견줄 만한 그런 사람이라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시식단이 등장했지만 사장님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다"라고 설명했고 메뉴판을 요구하는 시식단에 "메뉴판에 없는 음식들을 준비 중이다. 시식하러 오셨으니까 그냥"이라고 말해 시식단과 백종원을 황당하게 했다.
또한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적당히 주겠다. 많으면 남기실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닭국수는 30분 안에 나올 거고 잠발라야는 한 시간 넘게 걸릴 거다"라고 설명했다.
급기야 세 번째 시식단은 오래 걸리는 시간 탓에 시식을 못하고 돌아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백종원은 "실제 장사에서도 저럴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저렇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피자집 사장은 "오늘 그냥 시식하러 오신 거 아니냐. 그냥 시식하시고 좋게 평가해주시면 된다"라고 진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피자집 사장의 태도는 '공짜 손님 아니냐, 그러니 주는대로 먹고 제작진에만 좋게 평가해주면 된다'는식으로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시식단(또는 손님)을 무안하게 하거나 자존심까지 다치게 할 소지도 엿보였다.
피자집 사장의 태도에서는 도무지 '절실함'도 '진정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위기에 처해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있다. 백종원이 요리연구가니까 '맛'에 대한 솔루션을 일정부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피자집 사장은 '맛'은 둘째치고 '인성'까지 개조해야 할 판이다. 절박함도 없고 서비스 정신도 없다. 그냥 경제적 형편이 돼서 어떤 음식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주관도 없이 뛰어든 케이스같이 보인다. 피자집으로 뛰어들었지만 피자가 맛이 없고 고객들에 외면 당하면 다른 음식으로 갈아타면 된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피자집 사장은 '인성'이나 '맛'이나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골목식당'은 어찌보면 '원포인트 레슨' 개념인데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피자집을 '골목식당'이 끌고 가야(?) 하냐는 지적도 나올만 하다. 왜냐하면 주변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식당이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요리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는 게 효율성면에서 가능한가 말이다.
요식업은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어찌됐던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즉 사람의 손길이란 '정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부 음식점 상호가 '엄마손...' '장모님...' 등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
식당을 찾는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가족에게 만들어주는 그런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음식점의 기본인 맛도 중요하겠지만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필요충분조건이다. 상품을 판다는 생각보다 정성을 판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나 이번 '골목식당'은 숙대앞 하숙골목 아닌가. 학업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가족과 떨어져 하숙하는 여대생 고객이 많을 텐데 피자집 같은 '온기'없는 식당이 웬말인가. 식당은 음식을 매개로 주인과 고객이 소통하는 따뜻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이 '욕쟁이 할머니'여도 손님이 자주 찾는 이유가 뭘까. 바로 '욕'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정(情)을 손님들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백주부가 피자집 사장의 가슴을 열고 온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을까. 맛은 그 다음다음 문제다. 식당은 자고로 '사람냄새'가 나야 한다. 두 달 만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진=SBS 방송화면]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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