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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포켓몬고'에서 시작했어요. 타임슬립 3부작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케이블채널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집필을 맡은 송재정 작가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국내 어떤 드라마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AR 게임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지 않고 선보이며 드라마 장르의 지평을 연 송재정 작가는 스페인이라는 이국적 배경에 게임 서스펜스를 덧대어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12월 1일 방송된 1회 시청률은 7.5%(유료플랫폼 전국기준/닐슨코리아)로 시작해 지난 14회는 10%까지 오르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진우(현빈)와 정희주(박신혜)의 애절한 로맨스와 게임이라는 크로스 오버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송재정 작가는 '인현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2013), '삼총사'(2014), 'W(더블유)'(2016)를 거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성공시키며 작가계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고 있다.
▼ 신선한 소재,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원래 'W' 끝난 후에, 구상하고자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타임슬립이었다.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을 해서 3부작으로 완성을 하고 싶어서,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주인공이 유진우였다. 그 때 스토리라인이 이미 정해져있었다. 호텔에 묵다가 낯선 자의 방문을 받아서 문을 열었더니 총을 쏴서 쓰러진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내가 스스로 많이 해서인지 욕구가 잘 안생기더라. 소재에서 뭐가 없을까 방황하던 와중에 '포켓몬고' 열풍이 불어서, 이건 뭘까 싶었다. 다운을 받아서 여의도에서 해봤다. 광장에서 포켓몬도 잡아봤다. 엄청난데? 라고 생각을 했다. 20대 때까지 게임을 많이 했는데, 게임 소재를 생각안했던 것은 '아바타'처럼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켓몬고'처럼 아이템만 증강현실로 한다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 인물을 택한 채 선택하게 됐다.
▼ 유진우 캐릭터를 두 번 결혼을 한 남자 설정으로 했을 때, 잇따르는 박신혜와의 로맨스에 대해 걱정은 없었는지?
멜로가 상당히 어려웠다. 생각했을 때는 인생이 더 피폐하고 시니컬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희주를 생각했을 때는 '아저씨'나 '레옹' 같은 관계로 시작했다. 피폐한 상태에서 순수함으로 만난 구원자같은 느낌이었다. 우정과 사랑을 약간 넘나드는 관계로 시작했다가, 두 분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토리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 상황에서 멜로를 넣었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멜로를 좋아하는 분들은 왜 이렇게 조금 나오냐, 왜 이렇게 꼬아놨냐고 하는데 애초부터 멜로를 그리려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제보다 더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송재정 작가의 세계관이 있다'라는 말에 대해?
오히려 기사를 보고 '내가 세계관이 있어?'라고 생각했다. 뭔지 모르겠는데 이 플롯이 마땅하다고 느끼면 가는 거다. 남자주인공을 너무 굴린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같다, 피폐해지는 것을 즐기는 변태같다, 무규칙의 세계관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규칙을 세웠다. 피폐해진 남자 주인공을 굴리는 것은 맞다. 그리고 멜로를 좋아한다. 그런데 어려워서 그렇다. 정통 멜로가 아니라 이렇게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를 그려나가기가 정말 어렵다. 연결고리를 찾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것 같다.
▼ 다양한 PPL이 등장하는데, 시청자들의 여러 반응들이 있는데?
PPL은 드릴 말씀이 없다. 12회에 PPL 홍수가 났다. 이 커피가 맛있다는 멘트가 정말 더 이상해서, 효과적으로 노려보자는 것이 게임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방송으로 보니까 정말 튀긴 하더라. 나름 PPL의 새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제작진과 타협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PPL 쪽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라고 하더라.(웃음)
▼ 점차 내용 구성이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난 솔직히, 드라마 작가가 아니라 예능과 시트콤으로 시작을 했고 내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솔직히 드라마보다는 영화나 책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상하고 낯선 혼종의 이야기를 짜는 것 같다. 한번도, 드라마 작품을 공부하거나 연습해본 적이 없다. 그냥 시트콤이라는 특성과 영화나 책을 보면서 느낀 혼재를 통해 내 마음대로 플롯을 만들었다. 그런데 16회로 해야하다보니까, 약간 이상한가보다.
굳이 따지자면 엔딩 16개를 정해놓는다. 16회짜리 서사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1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어놓는데 이어나가는 식으로 작법을 하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당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미 이렇게 습관이 돼서, 노력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사실 시즌제로 가도 아무 상관이 없는 거다.
▼ 독창적인 이야기를 그리는데, 어디서 캐릭터들을 착안하나?
대단히 독창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데,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을 안본다. 유진우 캐릭터는 테슬라 회장의 자서전을 보고 흥미가 확 당기더라.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내 스타일이 붙어서 가게 됐다. 인물 평전이나 잡지를 많이 본다. 포털에 나오는 잡학들도 많이 본다. 소설이나 스토리텔링은 잘 안본다. 작업적 스트레스가 본능적으로 나와서 소설을 안 보는 편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기존의 스토리텔링에서 안 뽑아오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서 뽑아오다보니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찾지 않았다.
'인현왕후의 남자'가 판타지의 기본을 무시했다고 하더라. 신인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를 납득시키기 힘들었다. 누가 그 구조를 세웠느냐, 내가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발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믿어주시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 뜨거운 반응에 대해 실감?
항상 나는 열띤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작가가 아니다. 10대에서 40대까지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이 소재가 먹힐까 싶은 의문이 있는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적응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 앞으로 남은 2회는 어떻게 흐르나?
진우의 지긋지긋한 관계들이 풀릴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희주가 너무 아깝다. 진우는 재벌인 것 빼고는 너무 문제가 많다. 당당히 희주에게 가려면 더 많은 것들을 끊어내고 완전한 해결을 해야한다. 그게 내게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서, 형석이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한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진우는 밤새 레벨을 100까지 올리고 엠마(박신혜)에게 황금 열쇠를 전달, '비밀 퀘스트 완료'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희주의 앞에는 사라졌던 세주(찬열)가 1년 만에 등장하면서 앞으로 남은 2회에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토, 일 밤 9시 방송된다.
[사진 = CJ ENM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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