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오리온에 최악의 2쿼터였다. 그러나 반격의 시작은 최진수의 호수비에 있었다.
오리온은 23일 SK와의 홈 경기서 에이스 대릴 먼로가 돌아왔다. 11일 KCC전서 허벅지를 다친 뒤 12일만의 복귀. 먼로는 예전처럼 특유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센스로 국내선수들에게 수 많은 찬스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올스타브레이크 후 오랜만에 실전을 맞이한 오리온 국내선수들의 야투감각이 최악이었다. 오픈 3점슛은 물론, 페인트존에서 시도하는 레이업슛이나 골밑슛도 너무 많이 놓쳤다. 피니시가 되지 않으면서 하지 않아야 할 볼 컨트롤 미스 등 실책까지 속출했다.
이는 고스란히 SK 속공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SK는 이날 애런 헤인즈가 작년 12월18일 현대모비스전 이후 1개월만에 돌아왔다. 무릎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듯했다. 움직임이 예전의 날카로움 그 자체였다. 외곽슛은 자제했으나 날카로운 드라이브 인으로 수 차례 득점감각 예열.
오리온의 실수로 김선형과 함께 수 차례 속공 전개 및 마무리를 합작했다. 2쿼터 초반 연속 10득점은 물론, 2쿼터 중반 오리온의 추격을 따돌린 것도 헤인즈의 속공 전개 및 마무리 덕분이었다. 헤인즈의 진정한 건강 회복 신호. SK의 2쿼터 속공 득점은 16점. 반면 오리온은 0점. 오리온으로선 최악의 2쿼터였다.
그러나 이 흐름을 미세하게나마 돌린 게 오리온 최진수였다. 추일승 감독은 2쿼터부터 헤인즈 수비를 최진수에게 맡겼다. 최진수는 최악의 슛 감각을 보이던 오리온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슛 감각을 선보였다. 헤인즈가 먼로 도움수비에 가세하면서 최진수에게 섀깅디펜스를 했고, 최진수는 적절히 활용했다.
그보다 돋보인 건 수비. 긴 팔을 수직으로 정확하게 뻗어 수 차례 헤인즈의 돌파를 저지했다. 헤인즈가 최진수 수비에 부담을 느껴 경기 막판에는 자신의 공격보다 동료에게 찬스를 내주는 플레이 위주로 돌아선 이유. 오리온으로선 상대적으로 데미지를 덜 받는다.
최진수의 활약 덕분에 오리온이 흐름을 올렸다. 국내선수들의 공격리바운드 가담이 좋아졌고, 먼로는 직접 해결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최진수가 3쿼터 종료 직전 헤인즈 돌파를 클린 블록으로 저지한 건 4쿼터 대역전극을 위한 복선.
결국 4쿼터 대접전이 이어졌고, 최진수는 공수에서 엄청난 응집력을 이어갔다. 24초전 자유투 1구를 넣고 2구를 놓친 뒤 직접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게 그 예. 그리고 2점 뒤진 경기종료 직전 우중간으로 돌아나온 뒤 먼로의 패스를 받아 위닝 3점포를 터트렸다. 77-76 승리. 최진수의 날이었다. 알고 보면 조그마한 몇 차례 호수비가 오리온 대반격의 시작이었다. 먼로는 시즌 세번째 트리플더블.
SK는 헤인즈의 성공적 가세, 김선형과의 속공 시너지로 승리를 눈 앞에 뒀으나 결국 최진수를 막지 못했다. 특히 2점 앞선 경기종료 직전 버저비터를 맞은 건 명백한 수비 실수였다. 3점슛을 맞으면 안 되는 상황. 그러나 먼로에게 쓸데 없이 도움 수비를 들어가며 최진수에게 오픈 찬스를 내줬다. 경기를 잘 풀었음에도 막판 수비, 리바운드 응집력에서 밀렸다.
[최진수. 사진 = 고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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