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안경남 기자] “여기 와서 몸 좋았던 적이 없다” 손흥민의 고백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손흥민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예고된 체력 저하다. 손흥민의 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이 지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서 카타르에 0-1 충격패를 당했다.
한국의 탈락이 확정되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울보’ 손흥민은 없었다. 경기에 져서 억울한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난 표정이었다. 실제로 손흥민은 카타르에게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했다. 돌파는 차단됐고 슈팅은 약하게 흘렀다.
불과 한 달전만 해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로 평가받았다. 연일 골 폭풍을 몰아치며 지난 해 12월에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첼시전에서 보여준 50m 폭풍 질주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은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중국전에서 반짝했지만, 사실 그때도 토트넘의 손흥민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이 잘했다기보다, 중국이 형편 없었다.
손흥민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체력 관리’의 실패다. 손흥민은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크리스마스 박싱데이를 시작으로 벤투호 합류 3일전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런데 곧바로 중국전을 뛰었다. 현장 취재진 모두 선발보다 교체를 예상했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로 내보냈고, 무려 88분을 뛰게 했다. 벤투는 경기 후 “손흥민은 충분히 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손흥민 본인도 중국전 출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전 88분 출전은 손흥민에게 치명타가 됐다. 맨유와의 치열한 승부를 펼친 뒤 곧바로 장시간 비행 이동 후 이틀 쉬고 경기를 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손흥민의 몸이 뛸 수 있어도, 우승까지 바라보는 일정에서 한 템포 쉬는 것도 필요했다.
이란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승리가 일찌감치 기운 상황에서도 손흥민을 후반 43분까지 교체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중국전에 진작에 손흥민을 빼고 이승우를 투입했다면 ‘물병 논란’으로 대표팀이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중국전 승리 후 “손흥민이 중국전을 건너 뛰면, 16강전까지 너무 많이 쉬어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무리한 중국전 출전은 체력 관리의 실패로 이어졌다.
손흥민도 체력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카타르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이야기는 꺼려하는데, 대표팀에 와서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 잠도 잘 못자고 자려고 해도 잘 안 됐다. 결국 체력 문제가 겹치다보니 경기를 너무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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