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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이런 사제와 검사는 없었다.
15일 밤 첫 방송된 SBS 새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 연출 이명우) 1회에서는 구담에서 만난 분노 사제 김해일(김남길)과 야망 검사 박경선(이하늬)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수부대 시절 생긴 트라우마로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김해일은 사제이나 경찰서를 끊임없이 오가는, 사고뭉치에 가까웠다. 불의를 보면 외면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자는 무조건 주먹을 날려줘야 속이 시원한 인물. 결국 그는 구담으로 쫓기듯 향했고, 그 곳에서 권력에 대한 야망이 넘치는 검사 박경선을 우연히 만났다.
화려한 언변과 정치력, 똑똑한 두뇌로 정재계를 뒤흔드는 박경선은 언론 앞에서도 뻔뻔한 면모를 유지하나 검사장 라인을 타기 위해서는 아부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상스러운 말들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다만, 이른바 '얼빠'(잘생긴 외모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기에 새롭게 구담으로 온 김해일에게 묘한 호감을 느낀다. 어리바리한 형사 구대영(김성균)도 굴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과 바보 형사 구대영이 살인 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를 시작하는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을 그린 '열혈사제'는 앞서 사제복을 입은 신부가 주인공으로 나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 '검은 사제들', 드라마 '손 the guest' 등 사제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을 터뜨린 덕. 다만 유사한 소재 채택으로 피로감을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형사와 사제의 공조라는 지점은 '손 the guest'를 연상하게 했다. '손 the guest'는 형사 김동욱과 사제 김재욱의 공조를 공포 장르 위에 담아냈기 때문. '열혈사제' 측은 그러한 염려를 예상한 듯, 초반부터 "단순히 성직자를 이야기로 삼은 작품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사제는 인물의 직업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이날 방송에서 등장한 사제, 김해일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제에 대한 이미지를 완벽히 전복시켰다. 차분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거친 욕설과 폭행도 서슴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의상만 사제복일 뿐, 종교적인 뉘앙스는 느낄 수 없었다. 경찰, 기업, 구청 간의 유착 관계 및 팽팽한 권력을 향해 칼날을 날리는 활극에 가까웠다.
이 가운데, 코믹함과 사연 있는 눈빛을 넘나드는 김남길의 맹활약이 '열혈사제'의 장르를 명확히 했다. 드라마 '나쁜 남자', '상어', '명불허전', 영화 '무뢰한', '어느날', '살인자의 기억법'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력을 자랑한 그는 '열혈사제'에서 한층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분노 폭발 연기부터 현란한 액션, 천연덕스러운 코믹함, 과거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괴로워하는 면모 등까지 캐릭터의 다채로운 성격을 이질감 없이 선보였다. 권력 욕심 강한 검사 박경선으로 분한 이하늬 또한 기존 '권력형 검사'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모습 대신 코믹적인 결을 내세우며 완벽히 극에 녹아들었다.
시청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사제'라는 소재를 가지고, 색다른 도전을 감행한 '열혈사제'가 첫 방송에서 선보인 활기찬 에너지를 유지한 채 기분 좋은 성적표를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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