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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캡틴 마블’의 캐치프레이즈는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이다. 과연 그렇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최초로 선보이는 첫 여성 히어로 솔로무비 ‘캡틴 마블’은 어떤 히어로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더 멀리 뻗어나가며, 더 빨리 달려간다. 그동안 마블의 ‘블랙 위도우’ ‘와스프’, DC의 ‘원더우먼’ 등이 쌓아놓은 여성 히어로의 외연을 더욱 확장시키는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품어야하는 시대적 메시지까지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파일럿이었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는 작전 수행 도중 지구에서의 기억을 잃은 채 크리 전사 스타포스 사령관(주드 로) 소속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철저한 훈련 끝에 강력한 파워를 지닌 ‘비어스’라는 이름의 전사가 된 그는 지구로 위장 잠입한 크리의 숙적 스크럴을 쫓다가 1995년의 지구에 불시착한다. 젊은 시절의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만나게 된 그는 지구에서 자신의 흔적을 찾던 도중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된다.
미국영화가 즐겨 다루는 정체성 혼란 테마를 기본 베이스로 삼은 ‘캡틴 마블’은 한 여성이 주체적으로 어떻게 세상에 맞서 싸워 자립하는지를 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해 풀어낸다. 꼬마 시절부터 공군 비행 조종사 시절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짧게 등장하는 플래시백을 과감하게 사용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약자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마저 안긴다.
1990년대 도로를 질주하는 박진감 넘치는 차량 추격신과 스크럴족과의 전철 액션신은 레트로 감성을 살려내고, 막강한 파워로 우주를 종횡무진하는 SF 액션 역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의 액션은 자신에게 내재된 능력과 파워를 하나 둘씩 깨달아 나갈 때 그 강도가 더욱 세지는 구조로 설계돼 마지막에 이르면 “타노스는 망했다”는 일각의 평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1번째 영화로, 기존 작품과의 연결고리도 자연스럽게 구축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마지막에 등장했던 호출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퓨리에게 전달됐는지부터 이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물질 중 하나가 어떻게 캡틴 마블을 거치게 됐는지까지 세세하게 그려냈다. 닉 퓨리가 왜 한 쪽 눈을 잃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마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재치를 발한다.
브리 라슨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여성의 힘과 뜨거운 인간미를 발휘하는 여성 히어로의 매력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사무엘 L. 잭슨은 그동안 보여줬던 퓨리 국장의 카리스마를 벗어놓고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드러내며 브리 라슨과의 케미를 최적으로 완성했다. 고양의 구스의 활약상은 MVP급이다. 쿠키 영상 2개는 마블의 유머 스타일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마블은 언제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왔다. ‘캡틴 마블’은 여성 히어로 솔로무비가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다.
[사진 제공 =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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