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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세영(27)은 언제나 자신과 투쟁하고 있었다.
이세영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신하은 연출 김희원)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해 취재진과 드라마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천만영화 '광해'를 리메이크해 숱한 기대를 모았던 '왕이 된 남자'는 지난 4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원작의 전개를 연상하게 하는 첫 회로 물꼬를 튼 드라마는 2회부터 드라마만의 픽션을 본격적으로 가미, 강렬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인정받은 작품성은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1회 5.7%(닐슨코리아,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시작한 '왕이 된 남자'는 최종회에서 10.9%라는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웰메이드 사극의 진수를 자랑했다.
주연 배우인 이세영(소운 역)과 여진구(이헌, 하선 역)를 향한 찬사도 쏟아졌다. 중전 유소운을 연기한 이세영은 단단한 눈빛과 단아한 차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온화한 성품 속 자리한 굳은 심지를 가진 소운을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역대급 인생캐'라는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이세영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 반응들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저는 오히려 지적이나 혹평을 받으면 제가 변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말간 미소와 함께 한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개구지고 활기찬 모습으로 취재진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명함을 돌릴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세영의 명함에는 소속사인 '프레인TPC'의 '오피스라이프스타일팀 과장&소속배우'라고 적혀 있다.) 소운의 강단이 스쳐지나갔다.
이세영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바뀌는 게 평가 아닌가. 그 순간 칭찬해주신다고 해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끊임없이 싸우고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또 아역 시절부터 오랜 기간 저를 봐오셨기 때문에 피로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극복해야 한다"라며 겸허한 반응을 보였다.
1996년 드라마 '형제의 강'으로 데뷔한 이세영은 수십 개의 작품을 거쳐 어느덧 데뷔 23년 차를 맞이했다. 오랜 연기 활동의 내공일까. 베테랑 수식어가 아깝지 않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며 자기객관화를 위해 애썼다.
"어렸을 때 빨리 중심이 잡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잘해줘도 그 이면에는 다른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일찍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에게 냉정해졌어요. '내가 뭐라고?' 저는 스스로가 타고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걸 채우기 위해서 남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을 해야 해요. (여)진구 씨는 그런 게 있죠. 감이 타고 났어요. 대단해요."
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지만 단 한번도 연기자의 꿈을 놓은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세영은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일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다른 직업도 병행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연기자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지 않나. 하지만 늘 본업은 연기자라고 여겼다. 제가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일이 연기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육이다"라고 말하며 싱긋 웃는 이세영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교육 쪽으로 지원해주는 게 제 꿈이에요. 예전에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형태가 꼭 재단은 아니어도 돼요. 세상에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딱히 재능이 없고, 그나마 연기라고 생각해요. 돈을 떠나서 영향력은 가질 수 있으니까요. 올바른 일에 대해서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요."
이세영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연기에 대한 슬럼프보다 주변의 반응이 그를 소극적이게 만든 순간이었다. 이세영은 "간혹 연예인이라고 안 좋게 보는 편견들이 있지 않나. 극히 일부인데 어렸을 때는 괜히 따갑게 느껴져서 눈치도 많이 봤다"라며 "어린 마음에 험난해 보이는 이 업계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때마다 선배님들이 '스스로 떳떳하면 된다'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언젠간 슬럼프가 올 수도 있죠. 그럼 매끄럽게 잘 넘어가려고 하겠지만 이제는 '슬럼프가 오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사실 매 순간 저에 대한 불신이 있어요. 나태해지는 순간 슬럼프가 올 수도 있지만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왕이 된 남자'가 더 감사한 작품이에요. 매순간 현장을 떠날 때면 '나는 아직 참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배울 것도 많아요. 그 부족함을 채워주신 진구 씨와 김상경 선배님에게도 감사해요. 무엇보다 감독님이 현장을 잘 지켜주셔서 감사했어요. 더할 나위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사진 = 프레인TPC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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